[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정부과제 R&D 과제에 따라 평가위원을 구성할 때 상피제도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비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다 아는 사안임에도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성 있는 사람만 위원으로 참석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와 같은 말 대신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어시스트바이오 정희종 대표는 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중견·중소 제약기업 R&D up-grade 지원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중견·중소기업의 제품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연구과제 사업 획득을 위한 계획서 작성 등 실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에서 운영 중인 의약품 개발 지원 프로그램 및 사용 가능한 연구시설·장비 등을 알려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정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 과제에 지원하려는 제약회사 실무진들에게 R&D사업 기획 및 과제계획서 작성 시 실질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조언과 사례를 소개했다. 어시스트바이오는 연구에만 집중하게 해 줄 수 있는 바이오 전문 서비스 기업으로 2018년 설립됐다. 정부 과제계획서나 기획보고서, 정부 과제 발표 PPT, 기업 소개자료 작성 및 논문 그림 제작 등을 지원한다.
정 대표는 과제 제안에서 고려사항으로 크게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으로 나누고, 내부요인으로는 ▲발표자 ▲연구내용 ▲연구계획서 ▲발표자료가 있으며 외부요인으로는 ▲사업목적 ▲평가지표 ▲경쟁자 ▲평가위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먼저 사업 목적에 맞춰 단어를 선정하고 과제목적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고문의 첫 줄인 사업목적을 계속 들여다보고, 같은 내용이라도 해당 사업에서 원하는 키워드를 넣어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봐야하는 항목은 평가지표다. 정 대표는 "과제 지원서를 작성하다보면 스토리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고민하게 되고 여기서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면서 "가장 쉬운 방법은 평가지표를 보는 것이다. 공고문에 있는 평가지표를 단어 하나 안틀리고 그대로 넣어 챕터를 대항목, 발표자료를 소항목으로 잡으면 된다. 만약 흐름이 매끄럽지 않거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순서는 바꿀 수 있지만 지표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고 조언했다.
경쟁자 부분은 실무자 입장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경쟁자를 의식해 과제를 신청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정공모과제는 목적도 있고 모든 것들이 구체화돼 있어 주인이 있는 과제가 많다. 성과목표 지표만 봐도 어떤 기관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형평성과 공평성 부분의 문제 때문에 목표가 폭넓어지는 추세로, 지정공모과제가 나오더라도 주인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R&D 규모가 커지니 참여 주체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평가위원에 비전문가가 다수 포함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정 대표는 "예를들어 인체적용시험을 하는데 지원받은 5억원 중 4억원을 시약을 생산하기 위해 외부에 나간다는 것이 비전문자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업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도 비전문자에게 설득력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요인으로는 먼저 발표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정 대표는 "발표 내용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7%에 불과하고, 38%는 말하는 방법, 나머지 55%는 말하는 모습으로, 즉 93%가 감정적인 이유다"면서 "말하는 태도가 감점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이상한 질문을 하더라도 최대한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왜 지원을 해줘야하는지, 연구의 필요성이 논리적이어야 한다. 보통 의사들에게 이 부분은 용이하다. 실제 진료해보니 이러이러한 부분이 필요해서 만들어봤다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를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내용 측면에서도 잘 선정되느냐 여부의 문제는 뒷부분의 활용방안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예전에는 활용방안은 임상 진행하면 의약품으로 개발하고, 개발되면 판매한다는 정도로 서너줄 썼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하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평가 때 질문하는 것도 비슷하다. 임상 진행 단계, 비용, 기간, 모집단은 얼마로 할 것이고 시장군은 어덯게 잡았으며, 소요비용은 얼마나 들고 결국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는지를 써야 차별성 있는 연구내용이 될 수 있다. 또한 비전문가를 위해 최대한 쉽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연구계획서에서 기술이전 또는 사업화 방안을 설명할 때 항목별로 꼭지를 잡아 쓰면 좋다고 했다. 첫번째는 가치제안으로 자신이 가진 제품이 어떤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두번째로는 어떤 환자군이 고객이 될 수 있는지, 시장현황 파악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지 고객관계를 작성하게 되는데, 여기서 유통에 대한 부분이 나오고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 특허나 소재, 인력 등 핵심자원은 무엇인지, 마케팅이나 임사진행 등 핵심활동은 무엇이고 파트너로는 누가 있는지, 비용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원은 얼마나 될지가 들어가야 한다.
정 대표는 "이런 내용이 들어가고 안들어가고의 차이가 매우 크다. 발표할 때 대부분 이 안에서 움직인다"면서 "내용이 상충되더라도 알고 이야기하는 것과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 제품개발 지원사업(인천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 노범석 책임연구원) ▲산학연 연계 기술실용화 지원사업(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바이오센터 한상대 팀장) ▲바이오의료 창업기업 지원 및 사업( 서울바이오허브 이재식 팀장) ▲제품개발을 위한 비임상시험 지원사업(안전성평가연구소 중소기업협력센터 김인숙 팀장)에 대한 주제발표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