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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21세기 의학교육…예과·본과 통합 6년 학제 개편부터 자기주도학습까지

의전원 폐지 이후 6년 통합교육 논의 한창‧코로나19 계기로 플립러닝 등 새로운 수업 방식 도입

기사입력시간 21-04-22 07:11
최종업데이트 21-04-2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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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의과대학 교육 커리큘럼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개인의 관심사에 초점을 두고 연구나 조기임상 노출 등 실제 성과 중심으로 다각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의과대학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의사양성교육제도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의과대학 6년 단일화 과정에 대한 내부적 합의를 이루는 등 학제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자 국내 의학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인터넷 강의나 전통적인 강의방식에서 벗어나 자기주도형 학습인 일명 '플립러닝(flipped learning)'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의과대학 교육 커리큘럼이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개인의 관심사에 초점을 두고 연구나 조기임상 노출 등 실제 성과 중심으로 다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의전원 폐지되며 달라진 분위기…의대 자율적 학제개편 ‘눈앞’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과대학 6년 단일 과정 논의가 활발해진 이유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본과 교육과정 개선에 집중하던 의과대학 분위기가 달라진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연과학대학 소속인 예과와 달리 본과는 의과대학 소속이기 때문에 의학교육 시스템 개선 논의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본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 다시 논의에 불을 붙은 계기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의학교육이 의과대학 시스템으로 재편되면서 최근 3년간 학제 개편 관련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관련 전문학회들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향후 인턴 선발 등 병원 지원 과정에서 예과 교육 성적이 반영되지 않다 보니 예과 과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고, 반대로 본과 4년에 모든 교육과정을 소화하기 무리가 있다는 점이 학제 개편 논의의 이유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현재 예과 2년과 본과 4년 과정을 각 의과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즉 예과라는 제도가 의학교육을 개혁하고 바람직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인제의대 노혜린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학제개편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 합의가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예과가 의료계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 최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과제도를 없애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시도할 수 있는 모든 교육과정 개선 전략을 사용해봤다. 그 결과 개선되지 않는 의예과의 문제점이 있었고 예과라는 불필요한 구시대의 제도가 교육과정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예과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노 교수는 "법적으로 의예과를 구분하고 있는 나라는 영미권을 비롯한 서구권에선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가 제도를 본따왔던 일본도 1973년부터 의예과를 법적으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은 의대마다 수업연한이 5~6년으로 다양하다. 1학년부터 의학교육을 시작하기 때문에 임상실습 조기 시작이 가능하고 임상실습기간이 3~4년으로 2년 미만인 우리나라 보다 길었다.
 
의교협 의사양성교육제도 개혁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6년 단일화 과정으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제를 개편하는 부분에 대해 모두 찬성 입장이다.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실무위원회에서도 의견수렴이 이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대교육 과정을 5년제로 하고 인턴을 2년제로 하는 의제도 올라왔던 것도 사실이나 우리나라 정서상 5년제 의대에 대한 불신과 다양한 행정적 제약으로 인해 우선 6년제 교육과정으로 개정하는 것이 맞고 그 이후 인턴제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통합 임상교육·인문사회학 과목 강화…1년간 자기주도적 학습도 가능
 
의대 학제개편에 따라 향후 교육 커리큘럼의 큰 변화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과목이 획일적으로 정해져 있는 현재 본과 교육이 각 의대생 개인의 적성과 동기에 맞게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방향이 적합하다고 봤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대생들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선택형 몰입기간을 갖고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몰두할 수 있는 별도의 시간도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연구실에서 1년간 연구에 참여할 수도있고 사회활동이나 봉사, 혹은 자신이 부족한 영역을 추가로 스스로 보완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도 가능하다.
 
영국의 경우도 사회 전반에 걸친 의료시스템 등에 대한 내용을 장기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의사의 사회적 역량이나 법률 등에 대한 이해가 높다. 특히 학생 맞춤형 연구나 프로젝트 학습 기간을 따로 배정해 진로를 탐색하고 여러가지 경험을 충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려의대 이영미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향후 의대생들에게 보다 동기부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이 진화하게 될 것"이라며 "6년 교육과정 변화로 인해 조기에 임상 상황에 대해 통합적으로 배우고 병원이나 개원가에서 실제 진료현장 관찰 등 조기임상 노출 교육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문사회학 과목도 지금은 예과에서만 공부하고 본과에서 시간이 부족해 교육의 연속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향후 인문학, 법, 공공의료 등에 대해 연속성을 갖는 교육이 이뤄지고 다중전공이나 복수전공도 다양하게 권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 대학들이 통합 교육과정에 맞춰 성과바탕의 교육 관련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의대생들이 갖춰야할 성과에 맞춰 다양한 인재상이 실현되고 각 학년, 개인에 맞춰 필요한 분야, 과목에 반복 노출될 수 있는 나선형 교육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노혜린 교수도 "각 대학의 교육목표에 따라 다양한 학제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다양한 학제가 가능하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최근에는 환자와 사회를 생각하는 의사를 배출하면서도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향후 학생 맞춤형 연구나 프로젝트 학습 기간을 스스로 배정해 진로를 탐색하고 여러가지 경험을 충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바꾼 대학…플립러닝으로 진화하는 의학교육
 
코로나19로 인한 의학교육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비대면 교육이 강화되면서 초반엔 부정적인 견해도 많았으나 최근엔 오히려 교육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로 서울의대가 조사한 의대생들의 온라인 수업 만족도는 61.3%로 과반 이상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소위 '역진행 수업 방식'으로 잘 알려진 플립러닝도 강화되고 있다.
 
플립 러닝은 전통적인 수업과 달리 ‘수업은 집에서, 과제는 학교에서’ 하게 되는 새로운 교육 방식이다. 교수가 수업에 앞서 동영상과 수업 자료를 제공하면 학생이 집에서 스스로 예습을 한 뒤 실제 수업에선 모르는 부분에 대한 질문, 토론을 통한 사고의 확장 등이 이뤄진다.
 
이영미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초반엔 인터넷 강의나 기술을 이용한 교육에 있어 거부감이 있었지만 현재는 학생과 교수 모두 익숙해지고 오히려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플립러닝 적용 사례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의학교육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며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급겹하게 변화하는 의학 교육과정에 학생들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희철 이사장은 "온라인 강의로 인해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의 성적분포가 하락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온라인 강의는 필연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대면교육에만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을 변화하는 교육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