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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의료인 '응급의료' 포기하게 만들 것"…의대생들,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비판

    의대협 "환자 수용 의무가 실제 치료 역량 앞서…현장 부담 의료진에 집중 우려"

    기사입력시간 2026-10-02 16:55
    최종업데이트 2026-10-02 16:55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생들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이 응급의료 현장의 부담을 키워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하려던 미래 의료인들의 진입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생명을 살리는 길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그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책에 유감을 표한다”며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보완을 촉구했다.
     
    의대협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 기회를 놓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환자 수용 의무가 실제 치료 능력을 앞서고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를 수용할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응급의료기관에는 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을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고지하도록 하고,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했다. 우선수용 상황에서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일부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의대협은 그러나 의료기관의 실제 진료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선수용병원이 지정될 경우, 제도적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부담이 결국 현장 의료진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봤다.
     
    의대협 손연우 회장은 “특히 중증응급환자의 치료에는 응급실 병상뿐 아니라 해당 질환의 배후 전문의, 수술∙시술 가능 여부, 중환자실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필요하고, 이러한 조건은 짧은 시간에도 달라질 수 있다”며 “개정안 역시 지역이송체계에 의료기관의 수용 능력 확인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정보가 실제 현장의 급변하는 진료 여건을 어느 정도까지 적시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시행 과정에서 확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대협은 환자를 일단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만으로는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수용 이후에도 수술·시술, 중환자 관리 등 최종치료가 가능해야 하며, 필요한 전문인력과 시설이 없는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될 경우 재전원 과정에서 오히려 최종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송 전 수용 능력 확인과 의료기관 협의를 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한 안전장치로 보장하고, 지정 이후 해당 의료기관에서 최종치료가 어려울 경우 후속 전원을 누가 어떤 절차로 조정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손 회장은 “환자를 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려면, 그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거나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대협은 의료진 보호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병상과 수술실 가동 상황, 당직 전문의의 진료 가능 여부는 짧은 시간에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수용 능력과 수용 곤란 정보를 정보통신망으로 공유하도록 했지만, 의대협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 상황을 정보시스템에 즉시 반영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봤다. 향후 의료진의 책임 여부를 판단할 때 정보시스템에 입력된 내용뿐 아니라 당시 실제 인력·시설 상황과 의료진의 합리적인 의학적 판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협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내린 판단을 제도가 보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학생들도 고위험 응급진료를 자신의 미래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에 담긴 중증응급의료센터 2인 1조 24시간 당직체계 역시 실제 전문인력 확보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기존 의료진의 부담만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대협은 개정안에 담긴 인건비∙운영비 지원이 실제 채용과 장기 근속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돼야 하며, 배후진료 인력과 지역 간 전원망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지역 근무를 선택하려면 함께 일할 동료와 도움을 요청할 전문인력, 환자를 의뢰할 기관이 있다는 전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협이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이 같은 현장의 부담이 다음 세대 의료인의 진로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대협은 “학생들은 교육과 수련 과정에서 접하는 선배 의료진의 근무환경과 현장의 지속가능성을 자신의 전공과 근무지 선택을 판단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선 의료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반복되면, 그 분야를 희망하던 학생들도 선택을 다시 생각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신규 진입이 줄면 남은 의료진의 부담은 더 커지고 추가 이탈과 진입 위축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의대생에게 생명을 살리는 진료와 지역의료에 기여하는 삶은 충분히 선택하고 싶은 미래가 될 수 있다”며 “그 의향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장애물부터 낮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의대협은 국회와 정부에 ▲이송 전 실제 치료 역량 확인과 의료기관 협의 보장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 중심의 의료적 조정과 119와의 협력을 통한 지정∙이송∙전원 권한과 책임 명확화 ▲급변하는 진료 여건을 반영한 의료진 보호 기준 마련 ▲지역 당직∙배후진료 인력과 안정적인 근무환경 확보를 위한 실질적 재정∙운영 지원 등을 요구했다.
     
    또 개정안 시행 전 현장 전문가와 미래 의료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법률 자체의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추가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회장은 “의대협은 학생들이 생명을 살리는 진료와 지역의료에 기여하는 삶을 자신의 미래로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헌신이 지속되고,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같은 길을 꿈꿀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그 선택을 뒷받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