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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임세원 교수 잃고도 또 진료실 피습…정신과 “의료진 안전 없이 환자 안전도 없어”

    정신과학회·의사회, 세브란스 피습에 기존 안전대책 한계 지적…정신건강복지법 개정·입원 및 지역사회 치료체계 개선 요구

    기사입력시간 2026-11-05 14:45
    최종업데이트 2026-11-05 14:4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신촌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피습 사건에 정신건강의학과 학회와 의사회가 진료현장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대책을 촉구했다.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에도 폭력이 반복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의료진 보호와 함께 적기 입원치료 및 퇴원 후 지속적인 관리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5일 각각 성명을 내고, 전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실에서 발생한 의료진 피습 사건에 우려를 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안전한 진료실 없이 환자의 치유도 없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피해 교수의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기원하고, 현장에서 충격을 겪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학회는 2018년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과 2020년 부산 정신건강의학과 고(故) 김제원 원장 피살 사건 이후 법 개정과 비상벨·보안인력 확충 등의 안전대책이 약속됐지만, 대학병원 외래 진료실에서 다시 흉기 공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그동안 마련된 안전장치들이 과연 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있는지 뼈아프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정긴건강의학과의사회 역시 기존 안전대책이 현장에서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비상벨 의무설치나 대피로 확보 등이 일차의료기관에 부담을 준 데 비해 실질적인 보호 효과는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협박과 폭언·폭행 속에서도 의료진이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며, 신변의 위협은 의료진 개인을 넘어 환자의 치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공격받을 위험성 등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해야 한다면 이는 소극적 진료, 방어진료 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힘들다. 이는 환자의 예후, 안전에도 직결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요구했다. 학회는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고,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물리적 방호가 작동하도록 현장 중심의 안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회도 의료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방해나 의료진 협박에 강력한 처벌이 동반돼야 한다며 “의료진의 안전이 곧 환자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경계하는 입장도 밝혔다. 학회는 “정신질환이 곧 폭력이나 범죄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는 향후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의사회는 폭력을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성실히 치료받으며 의료진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환자들에게도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보안 강화와 처벌을 넘어 정신질환 치료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학회는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상태의 환자가 적기에 관리받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서 방치되는 의료·복지 전달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과 국가 책임의 치료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학회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정비하고, 입원과 치료의 책임을 개별 가족과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벗어나 국가 책임 중심의 치료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입원치료 여건과 퇴원 이후 치료의 연속성을 구체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현행 법과 병실환경 규제 등이 입원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하며, 정신건강복지법 개선과 입원실 수가 현실화, 사법·행정입원 절차 보완을 요구했다.

    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은 영원한 사회적 격리가 아니라 급성기 환자에게 가장 빠른 회복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퇴원 후에는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병식이 없는 환자의 치료 필요성 판단을 자기결정에만 의존하기보다 외래치료 명령제 등을 개선해 필요한 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외래치료의 집행을 의료기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인 외래치료의 집행력을 강화하면서 사법적 권리구제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학회는 보건복지부·법무부·경찰 등이 공조하는 범정부 정신건강 위기대응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조기 발견과 치료 지원, 공공 안전이 연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환자의 인권과 의료진의 안전, 사회의 안전이 함께 보장되는 정신의료체계”를 강조하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의사회도 환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