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뇌-혈관 질환 MRI 급여화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30일 오전 9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진행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정부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MRI 급여화 정책을 졸속으로 강행하려고 한다"며 "그 대가는 온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상복부초음파를 급여화한데 이어 오는 7~8월에는 2~3인 병실 급여화, 올해 하반기에는 MRI와 하복부 초음파 급여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최 회장은 "정부는 최근 급여화된 상복부초음파와 관련해서도 의협과 협의 도중에 고시를 강행했다. 의료계는 아무 조건 없이 대화 창구를 마련해 지난 25일 어렵게 의정실무협의체를 가동했다. 하지만 정부는 왜 또 일방적으로 뇌·뇌혈관 MRI급여화를 강행하려고 하는가"라고 질책했다.
그는 "뇌혈관 질환의 MRI는 현재 일부 급여화가 돼있고, 일부는 비급여인 상태다. 뇌혈관 질환은 필수의료라는 사실이 분명하지만, 매우 고가의 검사항목"이라며 "따라서 의료계는 필수의료이면서 고가 의료인 MRI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의료행위가 비급여로 남아있는 경우는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 때문에 그렇다"며 "의료계가 뇌혈관 질환 MRI를 무조건 비급여로 존치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의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무모하고 엉터리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뇌혈관 질환 MRI의 전면급여화가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MRI가 급여화되면, 관행수가를 대폭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학병원에서 MRI비용을 80만원을 받고 있다면 절반 이하로 책정할 것이 분명하다"며 "또한 MRI급여화에 따라 급여기준을 대폭 확대하면, 환자들이 모두 대학병원으로 대거 쏠리는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MRI는 단기간에 시간을 줄여서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라 검사시간이 일정하게 걸릴 수밖에 없다. 만약 환자가 대거 쏠리더라도 대학병원마다 MRI검사 개수는 제한돼 검사를 받고 싶어도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결국 검사를 받으러 외국으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명백한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비교적 젊은 나이의 비흡연자가 단기간 두통을 호소하며 MRI를 찍어달라고 하는 요구가 빈발할 것"이라며 "환자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어 결국 현장의 의사만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의료기관이 MRI를 잘못 찍는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가의료이기 때문에 삭감 시 의료기관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꼭 찍어야 하는 환자가 급여기준 밖에 있는 경우 검사를 하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렇다면 환자의 중대한 병변을 발견하지 못해 환자에게도 치명적이며, 의사에게도 본의 아닌 의료사고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계는 뇌혈관 질환 MRI를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급여화할 것을 재차 강조한다"며 "그럼에도 복지부가 무리하면서도 무례하게 제멋대로 급여화를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하나라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피해점을 분명히 이야기해 급여화를 아예 저지시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의협은 국민들에게 지금처럼 졸속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국민에게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열린 30일 정부와 신경과, 신경외과, 신경정신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5개 학회는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MRI 협의체 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의협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무산됐다.
최 회장은 "모든 비급여의 급여화 문제에 대해서는 의정 실무협의체로 협상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전문 학회와 개원의사회 등에게 요청했고, 모두 협조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오늘 협의체 회의에 참여키로 한 5개 학회가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