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고려대 의무부총장 및 의료원장을 역임하고 세계적인 부정맥 학계의 대가로 알려진 김영훈 고려대의료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지난 5월 메쥬의 CMO(Chief Medical Officer, 최고의학책임자)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메쥬의 ‘하이카디’의 의학적인 기술력을 완성하는 동시에 해외 진출을 준비한다.
메쥬가 개발한 '하이카디(HiCardi)'는 심전도를 비롯해 심박수, 체표면 온도, 호흡, 수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심전도 모니터링 플랫폼이다. 병상의 환자의 가슴에 전극을 부착하고, 심전도 침상 감시 장치와 연결해 지속적으로 환자 리듬의 상태를 관찰한다. 서맥, 빈맥 등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알람을 울리게 하거나 기록하게 한다. 현재 1일 모니터링 수가가 책정돼 450여개의 병원에 도입됐다.
그가 메쥬라는 스타트업에서 제2의 인생을 도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디게이트뉴스는 최근 김영훈 메쥬 CMO와 만나 그의 포부와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훈 교수는 1983년 고려의대를 졸업한 순환기내과 전문의로 2023년 2월까지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직을 맡았다. 또 아태부정맥학회장, 대한부정맥학회장 등도 역임한 부정맥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디지털 헬스케어, 또다른 팬데믹 시기 인류에게 기여
-부정맥 학계의 대가이자 고려대의료원장까지 역임하면서 메쥬 CMO로 합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전 세계인들의 건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의료선진국이 되려면 의료의 문제도 있지만 다른 한 축으로 기업들이 커져야 한다. 1차 세계대전 때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처음 나왔고 코로나19 때도 화이자 등의 코로나 백신이 큰 역할을 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기회를 통해 인류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여기에 헬스케어 산업이 기여할 수 있다. 또 다른 팬데믹이 왔을 때를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지 도전해보기 위해 메쥬에 합류했다. 메쥬라는 회사가 R&D 중심으로 제품 기술력과 의학적인 가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 비전이 있다고 확신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전향적인 변화인데 이에 대해 고민되거나 걱정되는 측면은 없었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현재 저조한 투자 환경과 낮은 기술력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개 다른 병원에서 오라는 연락이 많았다. 하지만 평생의 과제는 환자를 위해 가슴 뛰는 일을 하는데 있었다.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면서 실제로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새로운 도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기술이 예전에 비해 훨씬 진화하고 발전해 있다. 손도 대지 못했던 환자들에게도 치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실패한 환자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또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모니터링을 하지 않으면 치료가 잘 이뤄졌는지 알지 못한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메쥬의 하이카디는 이미 450여개 병원에 환자 모니터링을 위해 판매됐으며 동아에스티가 전략적인 투자와 함께 유통도 맡고 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낯선 도전에 대한 반대는 없었나.
정년 이후에 고대안암병원과 고대구로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메쥬 CMO 임명에 대해 주변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후배들에게도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길을 개척해서 임상 근거를 만들고 기업을 키워서 또다른 길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동안 40년 이상 의사로 진료를 하고 부정맥을 전공하면서 받은 혜택이 너무 많다. 이제는 혜택을 후배들에게나, 환자들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가지면서도 회사의 기업문화가 R&D 중심으로 짜여진 곳이 맞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맡기 전에는 이른바 꿈만 꾸는 사람, 비저너리(Visionary)였다. 하지만 현실을 경험하다 보니 의료적인 한계는 물론 법적인 규제에서 산업이 크지 못하는 것까지 풀어내는 한계에도 도전해보고자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해야 하는 일도 많다.
-현재 헬스케어 산업이 처해있는 규제와 관련한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의료 배경에서 환자를 직접 보면서 경험한 의사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저 산업과 연결 지으면 대기업을 위해서만 한다는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부정맥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장 건강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들에게 분명한 혜택을 주고 의사들에게도 평소 환자 상태를 간편하면서도 한눈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이카디, 평소 심장 건강 지킴이 역할 기대
-메쥬의 하이카디는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쓰이고 있고 하이카디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심전도 측정의 장시간 모니터링이 중요해졌다. 그렇다고 칩으로 체내에 이식해서 모니터링을 한다면 복잡하고 비용도 올라간다. 하이카디는 환자 모니터링을 간편하면서도 비침습적으로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메드트로닉과 같은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
심전도 모니터링은 다양한 임상적 의미가 있다. 메쥬처럼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회사는 와있는 곳이 세계적으로도 얼마 되지 않는다.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의료 분야에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면서 전 세계인들의 심장 건강을 위해 하나씩 개척해보려고 한다.
-심전도 모니터링의 임상적 의의는 무엇인가. 하이카디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용성은 무엇인가.
심전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예전에 못 보던 패턴을 보게 되고 심박수를 보게 되고 신경, 교감신경, 미주신경과의 상관관계를 보게 되고 심근경색 위험을 알게 됐다. 심장병 환자를 비롯해 심장 건강 고위험군이면 누구에게나 모니터링을 통해 심장 건강의 위험요소를 막을 수 있다. 가령 인공지능(AI)이나 예측모델, 유전자검사와도 결합을 할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한 다음 당뇨병 조절을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해결하고 체중관리에 대한 개별화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종합검진을 통해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주어진 위험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부정맥 환자들을 위해 아예 심전도 모니터링을 검진프로그램에 넣거나 다른 신호들을 같이 평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도우면서 심장건강의 지킴이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 환자들에게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심장 건강 사각지대에서 급사하는 환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2005년 심폐소생협회에서 활동할 때 AED(자동제세동기)를 전국에 설치하는데 나름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외국에서는 더 나아가 심전도 ‘CPR(심폐소생술) 세이브 라이프’라는 키오스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 환자에게 CPR을 시행할 때 심전도가 얼마나 회복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심장모니터링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나의 심장건강 정보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AED 설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장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나 하나로 또 하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심장소리에 관심을 갖는 것과 함께 나도 나에게, 남에게, 부모에게 심장 건강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
-심장 건강 고위험군에 모니터링이 최우선으로 필요해 보인다. 심장 건강 고위험군이 모니터링을 통해 어떤 이득이 있다고 보는가.
심장 건강 고위험군이란 75세 이상 심장수술이나 시술을 한 사람, 고혈압과 당뇨병, 흡연 인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해당한다. 이전에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앓은 사람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심장 건강 모니터링을 통해 이들이 심장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혈압 등 다른 지표와 병행하는 모니터링을 통해서도 환자가 위험에 처하면 바로 확인해서 의사가 개입하고 의사결정하고 처치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그저 꿈인 것 같지만 미래 세대에 건강한 심장을 남겨주기 위해 메쥬 CMO를 통해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