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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살아남는 7가지 이유

    인공지능과 의사의 역할 분담은?

    의료윤리연구회, 인공지능시대와 프로페셔널리즘 강좌

    기사입력시간 2016-05-03 06:04
    최종업데이트 2016-05-03 06:20

     
    이 기사는 의료윤리연구회 주최로 5월 2일 열렸던 '인공지능시대와 프로페셔널리즘'의 강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기사의 일부 표현은 연자였던 전우택 교수의 설명을 인용했습니다. 





    인간 대표가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패배한 덕분에, 대중들은 미래에 관한 통찰을 직관적으로 얻었다.
     
    의료계 역시, 막연하게 생각하던 A.I(인공지능)의 의료 적용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
     
    그 가능성을 의심하던 의사들조차, 이제는 다가올 다른 패러다임 안에서 새로운 자기 역할을 정립하는 데 더 관심을 둔다.
     
    의사들에겐 어떤 과 전문의가 최대 피해자며, 어떤 영역이 살아남을 것인지가 화두가 됐다.

     
    "연쇄상구균으로 인한 붉은 발진 및 높은 열이 나는 소아 열병의 원인은?"

    성홍열 78%
    류마티스 열 15%
    패혈성 인두염 7%

    소아과 펠로우가 실습중인 의대생에게 묻는 QnA가 아니다. 자연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A.I의 실제 예다. 
     
     

    가까운 미래에 A.I가 변화시킬 패러다임
     
    박사학위가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최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 아무리 방대해도 결정에서 '직감(혹은 통찰력)'은 중요하고, 그 덕에 일부 CEO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IBM CEO인 버지니아 로메티가 말했듯이) 머지않아 엄청나게 축적된 데이터의 자동화된 분석작업은 인간의 직감을 무력하게 할 것이다.
     
    '직감이 좋은' CEO나 경영진은 이제 본인의 직감이 더는 기계보다 나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자신의 역할을 재편해야 한다.
     
     
    의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타고났던지 아니면 엄청난 경험 축적의 결과물이든지, 늘 한발 앞서 진단과 치료에 관한 통찰력을 갖던 의사들(흔히 '명의'라고 불린다)도 이제는 본인만의 변별력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기존에 인간의 뇌가 결정하던 판단을, 이제는 좋은 알고리즘을 가진 A.I의 최신 업데이트가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A.I는 인간을 '편견'에서 해방시킨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인간은 편견으로 무장한, 오류 투성이에 불완전한 동물이다.
     
    어떤 환자가 상복부(Epigastrium)가 불편하다고 병원에 왔을 때, 개원가 의사는 소화기 문제를 먼저 생각해 위장약을 우선 처방하지만, A.I는 낮은 확률이나마 심장마비 가능성에 관한 조언을 잊지 않는다.
     
    낮을 가능성이라도 절대 잊지 않고 보고한다는 게 중요하다.
     
    첫 추정진단(First Impression)에 사로잡힌 의사와 달리, 편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A.I는 이처럼 '인식적 오류'를 극복하게 해준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미국의 일부 환자단체는 왓슨(IBM의 개발한 A.I)의 의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메르스 사태처럼 전염병 발생과 같은 긴박한 순간에도, A.I는 전국 의료데이터를 연계해 우왕좌왕하던 인간 대신 빠른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그래도 의사가 살아남는 이유
     
    전우택 교수는 A.I시대에 맞는 의사의 가능성을 내비게이션에 비유해 설명했다.
     
    전 교수는 "사람들은 이미 내비게이션이라는 경험을 통해, 기계가 항상 맞는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배웠다"며, "의사의 역할은 그 정보가 맞는지 틀린 지 구분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유엔미래보고서'를 인용하며 '의사가 살아남는 7가지 이유'를 다음과 설명했다.
     
    A.I 시대에 의사가 그나마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7가지 이유
     
    1. 예외적이거나 불의의 사고 대처
    빈도수는 줄겠지만, 예외적인 상황의 종말이 언제일지는 아직 모른다. 이런 상황의 책임은 여전히 의사다.

    2. 새로운 질병에 대한 연구
    컴퓨터에 입력되지 않은 환자의 출현

    3. 환자에 대한 '인간적' 접근
    A.I 화면을 똑같이 뿌려놓으면 명의와 명의가 아닌 의사를 구분하기 힘들다. 환자는 인간과 사회의 고통에 더 예민해진 의사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4.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응
    예) 근거중심의학(EBM)에서 A.I 보조 의학, 혹은 여기에서 또다른 패러다임 전환 때 의사가 판단한다.

    5.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컴퓨터 균형 제어
    완벽하기 전까지는 A.I의 오류 가능성을 항상 모니터링하는 것

    6. 인간의 진화에 따른 컴퓨터의 업데이트

    7. 돌발적 한계상황 대처

    만약 '정전(?)'이 된다면, 결국 의사가 매뉴얼로 판단해야 한다.
     
     
    전우택 교수는 "내비게이션이 가끔 길을 잘못 알려주는 오류가 있는데도, 내가 전혀 모르는 길을 갈 때는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기계의 지시에 따르게 된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A.I가 완벽하기 전까지는 오류 가능성을 항상 모니터링하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전의 상황을 가정하며 "'오늘은 왓슨이 꺼졌으므로 진료는 여기까집니다'라고 할 순 없지 않느냐?"라며 "돌발적 한계 상황에서 촛불 켜놓고 촉진하면서 환자를 봐야 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철길로 간 이유를 묻자 "내비게이션이 알린 데로 갔다"라고 대답했다.


    의사 역할의 확장과 교육
     
    전우택 교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의사 역할의 축소를 경계했다.
     
    전 교수는 "의료에서 빅데이터 활용으로 환자데이터를 플랫폼화해 공유하면, 가장 경제적인 치료 효과를 만들게 된다"면서 "(그래서) 모든 보건의료 정책은 의사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경제 관료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비 관리가 지금보다 더 국가시스템에 종속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론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 혹은 프로토콜을 전문학회가 아닌, 정부와 보험회사가 만들면서, 그것이 '환자를 위한 최고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의료계가 정부와 사회의 의료정책에 대응하고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우택 교수는 새로운 의학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4배속 재생의 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의대생에게 10분이면 끝날 강의를 1시간동안 슬라이드 돌리고 있으면 속 터진다"면서 "수업 시간은 더 이상 사실과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을 해야 하고, 교수 역할은 토론을 지도 평가하고 핵심지식 뒤의 원칙을 탐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