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의사 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통계 결과가 과대평가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통계에 사용된 의사 소득 관련 지표는 각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환율(PPP, Purchasing Power Parity)으로 환산돼 표기된 것으로, 이를 명목 GDP(US 달러)를 기반으로 한 지표로 전환할 경우 우리나라 의사 소득은 오히려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OECD 보건통계 2023'에 따르면 GDP(PPP) 환율을 기준으로 2020년 우리나라 전문의 중 병·의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봉직의의 연간 임금 소득은 19만2749달러로, 관련 통계를 제출한 OECD 회원국 28개국 중 가장 높았다.
전문의 개원의 연간 임금 소득도 GDP(PPP) 환율을 기준으로 볼때 통계가 확보된 한국, 벨기에, 캐나다, 이스라엘, 호주,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중 우리나라 개원의 소득이 29만8800달러로 벨기에 33만7931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생활 물가지수를 반영한 GDP(PPP)는 주로 물가가 비싼 선진국일수록 명목 GDP보다 낮은 경향이 있어 국가 간 비교로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국가 간 의사 소득을 비교할 때는 지표를 명목 GDP를 적용해야 공정한 비교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해당 비교는 소득이 천차만별인 전문의 봉직의와 개원의 지표라는 점에서 전체 의사군인 일반의(GP) 군의 통계로 비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OECD 역시 이러한 왜곡현상을 고려해 'OECD 보건통계 2023'를 통해 명목 GDP 지표(US달러)로 OECD 국가의 의사 급여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GP 봉직의 소득은 7만4964달러로 17개 국가 중 8위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봉직의 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16만5153달러였고, 그 뒤를 이어 네덜란드가 12만7292달러, 스웨덴이 11만3090달러로 높게 나타났다.
핀란드도 9만8331달러, 영국 8만3205달러, 스페인 7만9479달러, 이스라엘 7만9052달러로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나라 봉직의 소득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봉직의 소득이 낮은 국가는 4만8509달러를 기록한 칠레, 4만2535달러인 코스타리카, 2만1341달러의 멕시코 등이었다.
GP 개원의 소득 역시 명목 GDP 지표로 변환하자 순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나라 개원의 급여는 2020년 기준 10만9001달러였는데, 급여가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으로 28만5532달러였고 그 뒤를 이어 독일(2019년 기준) 21만461달러, 아일랜드가 16만9045달러, 영국이 16만512달러, 네덜란드는 14만718달러, 이스라엘은 11만3594달러였다.
개원의 소득을 보고한 12개국가 중 한국은 10위로, 6만4968달러인 에스토니아와 9만8729달러인 호를 제외하고 개원의 소득이 가장 낮은 국가였다.
전북의사회 김기범 보험이사는 "이번 사례는 통계의 함정에 빠진 대표적 사례"라며 "GDP(PPP)지표인지 명목 GDP인지, 일부분인 전문의만인지 전체 의사군의 비교인지 등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듯 통계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내놓으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