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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기 이어 약포지·약병 수급 불안에 약국도 '비상'…소아과 인근 직격탄

    중동전쟁으로 의료계·약계 소모품 수급 불안 확산…약사회, 조제 차질 우려해 수급대응팀 구성

    기사입력시간 2026-04-15 10:04
    최종업데이트 2026-04-15 10:47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아이가 아파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갔다가 감기약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는데 약통을 못 받았어요." (소아환자 보호자)

    중동전쟁 장기화로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개원가를 넘어 약국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시럽 처방 비중이 높은 소아과 인근 약국을 중심으로 약병 등 조제용 소모품 수급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약포지와 약병 등 약국 조제에 직접 사용되는 소모품 수급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급 불안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다. 약포지와 약병 등 조제용 소모품은 나프타 등 석유화학 기반 원료를 활용해 생산되며, 원료 수급과 가격, 물류 여건 변화가 생산과 유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소아과 인근 약국의 한 약사는 "주사기는 아직 부족하지 않지만 소아용 약병이 부족하다"며 "소아 환자 한 명당 3~4개의 약병이 필요한데, 1000개를 주문해도 100~200개 정도만 들어오는 상황이다. 100개를 확보해도 25~30명 정도 조제하면 소진된다"고 말했다.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소모품 가격 인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미약품 계열사인 JMV은 오는 20일부터 롤지 가격을 20% 가량 높일 예정이다. 

    JMV은 가격 인상 안내 공지를 통해 "최근 중동 지역 정세 악화로 인해 포장지 원자재 가격이 3월 약 20%, 4월 약 70%로 급격히 상승했다"며 "그간 손실을 감내하며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자 노력했지만 부득이 가격 인상을 적용해 공급하게 됐다"고 전했다. 

    소아환자·중환자가 많은 병원 약사는 "약포지는 조제 시 필수 소모품인데 중동전쟁 이후 가격이 2배 가량 올랐다. 이뿐 아니라 시럽병 가격도 올랐다"며 "해당 약국은 소아 환자뿐 아니라 중환자도 많아 산제 처방이 많은데, 약제비 예산이 정해져 있어 충분한 재고를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약국 뿐 아니라 의료기관 내 의료 소모품 대란도 심각하다. 수급 불안 문제는 의료기관 중에서 영세한 개원가나 중·소병원에 집중돼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 공급업체와 연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품 수급에 어려움을 덜 느끼는 반면, 주문 단위가 적은 의료기관은 당장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사기 등 의료소모품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감염관리가 필수인 병원 입장에선 '곡소리가 나온다'는 반응이다. 일부 의료기관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사재기'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한 개원가 원장은 "소모품 부족 문제가 큰 병원 보단 작은 병 ·의원이나 의원급에 몰려있다. 감염관리를 위해 대부분의 의료 소모품이 일회용이라는 점도 의료기관 입장에선 치명적"이라고 전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한약사회는 '약국 조제용 소모용품 수급대응팀'을 구성해 현황 파악과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약사회에 따르면 품목별로 수급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 약포지에 사용되는 롤지는 일부 주요 제조사를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시럽병은 영세 업체 비중이 높아 공급 상황 파악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품목과 약국 규모에 따라 체감하는 수급 상황에 차이가 있는 만큼 향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소아과 쪽은 시럽 처방이 많아 약병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영향을 먼저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생산·유통업체와 소통하며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에 현장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는 경우 가격 변동이 아주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물량 부족으로 새로운 공급처를 찾는 경우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사례도 있다.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즉시대응팀'을 구성했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사기나 약재를 포장하는 봉투가 많이 소진이 되고 있고, 특히 병원에서 가지고 있는 원내 제조 약품은 포장재가 매우 부족한 상황" 이라며 "제품 생산 단계에서는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물품을 반출하고 유통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