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검체검사 위수탁 기준 고시 시위 현장으로 변했다. 복지부 고시와 의협의 안일한 대응에 반발한 일부 회원들이 총회를 찾아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앞서 검체 위탁검사시 의료기관이 검사료의 10%인 검체검사위탁관리료 외에 수탁기관으로부터 별도 할인을 받기 어렵도록 하는 고시 제정안이 확인되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컸다.
전국 내과 및 일차의료협의회 등 의사 회원 50여명은 2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 방청회원으로 참석해 회의장 뒤에서 기습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정총 시작 전부터 회의장이 소란해지면서 시위를 막으려는 일부 대의원들과 시위 회원들간의 고성도 오고갔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전국 내과 및 일차의료협의회 정원상 회원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든 의협의 과오에 대해 분노한다. 의협 이상운 부회장과 조정호 보험이사 등 일을 저지른 책임자를 문책하고 해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원은 "조 이사는 수탁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 수탁 10%를 만든 사람이고 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마치 우리 회원들이 리베이트를 받는 것처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내과의사회에서 합의안만 만들어오면 해결해 주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선 나몰라라 도망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또 다른 회원은 "수탁고시란 검체검사를 위탁하는 의료기관이 검체검사위탁료 외에 검사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고시는 의료기관의 검체 채취와 설명 등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고 수탁기관의 인증취소를 위협하는 것으로 의료계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매일 수십 명의 환자들에게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검사는 환자의 증상과 진단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내과의사로서 수탁고시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시위로 인해 정총 진행이 어려워지자, 서정성 총무이사와 이상운 부회장은 회원들과 회의장 밖에서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절대 이번 9월달엔 시행되지 않는다. 올해 안에 시행되면 책임지겠다. 최대한 미뤄놓은 상태"라며 "아직 시행도 되기 전부터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된다. 끝까지 결과를 보고 말씀해달라. 의협은 여러분의 편"이라고 읍소했다.
이에 한 회원은 "시행되면 다 죽는 것이다. 이필수 회장 임기까지만 미뤘다가 내년에 재선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고 소리쳤다.
또 다른 회원은 "복지부가 연구용역을 한다고 하는데 답을 정해놓고 하는 연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의협은 눈뜨고 당하는 수순이 또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이상운 부회장은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 고시도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고 연구용역도 복지부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의협에서 관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정성 총무이사도 "복지부가 수탁고시를 통해 우리를 통제하려고 한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학회도 지금 결정 중이고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며 "두 번에 걸쳐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잘 안됐고 시장 흐름대로 갔으면 좋겠으나 복지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의협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소통도 하고 항의도 하고 있다. 현재는 복지부 연구용역을 통해 다시 재고하고자 고시는 연기된 상태"라며 "절대 의협이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내과 개원회원들과 협의하면서 더 소통하겠다.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