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앞서 경실련은 16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주장했다. 당시 경실련이 내세운 근거는 지역 의료격차 가속화로 치료가능 사망률이 평균을 초과하고, 의사 수와 공공병원 설치율 모두 전국 평균 이하인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인천, 전남, 경북이 선정됐다.
이에 대해 의협은 18일 성명서를 통해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이 아닌 오히려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2021년 인구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49년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되었는데 이는 2029년부터 우리나라 총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청의 지난 2019년 예상보다 8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명에서 2070년 3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매년 3200여명이 추가로 배출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면허 의사 수는 13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연평균 2.6% 감소율)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은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OECD평균 5.9회), ‘기대수명, 주요 질병별 사망률, 영아사망률’ 등 주요지표도 OECD평균보다 훨씬 나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협은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 및 의료접근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무조건적인 의대정원 확대 보단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의협은 경실련이 통계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경실련이 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치료가능사망률(AM, Amenable Mortality Rate)’을 살펴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치료가능사망률(AM)은 42.0명(OECD 평균 74.4명)으로 2019년 통계가 보고된 OECD 32개국 중 스위스(39.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인구 1000만 명 이상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다(1위).
또한 우리나라 광역시도별 치료가능사망률을 보면 전국 평균이 41.83명이며 서울이 36.36명으로 가장 낮고 충북이 46.95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협은 "우리나라에서 치료가능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의 수치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OECD 5위 수준에 해당되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질 지표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며 "경실련에서 예를 들고 있는 지방의료기관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필수의료 및 지방지역 기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리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해당 분야의 기피현상은 해결되지 못한 채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의사 수 증가가 아니라 국가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취약지역과 기피분야에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충분한 보상·처우개선과 같이 유인기전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