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의정협의 시점을 의료계와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의료계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 논의를 시작한 적도, 물밑으로 얘기가 오고간 적도 없다는 것이다.
앞서 10일 복지부는 의정협의 논의 시점을 의료계와 상의하고 있고 논의 개시 시점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지난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해 조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어제도 복지부에 다녀왔는데 의대정원 문제는 전혀 얘기도 나오지 않았다. 의정협의 시기에 대해서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의대정원 조정 문제는 9.4 의정합의에 의해 코로나19 안정화 시기 이후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기 때문에 현재는 전혀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한 손만 흔든다고 박수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도 "9.4의정합의문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정협의가 대전협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의료계는 의협으로 창구를 단일화하고 정부도 대화 통로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은 협상단 조직과 통계·연구 자료 수집 등 의정협의를 위한 실질적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협의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의사 수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의대정원 확대는 불필요하다. 세계적 트렌드와 우리나라 의료 관련 주요 지표들을 통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칠 예정"리하고 말했다.
의정연이 조사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다.
이 관계자는 "의사가 없어 코로나19 대응이 어려웠다는 주장이 있는데 현재 한국은 코로나 사망률 최하위"라며 "지역편차가 크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도시와 지역 불균형이 적은 나라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의료 취약지의 치료 가능 사망률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국내 치료 가능 사망률 꼴지인 충청북도가 46.75명으로 OECD 국가 중 5위다. 세계적 평균으로 따지면 의료 접근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피과 얘기도 하던데 요즘 젊은 세대에게 3D업종을 하라고 하면 아무도 하지 않는다. 처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수만 늘어난다고 해서 낙수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이외 영아 사망률, 암 사망률, 심혈관계 사망률 등 사망 관련 지표에서도 우리나라는 최상위다. 오히려 행위별수가제인 상태에서 의사를 늘리면 의료비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대정원 관련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의료계와 정부가 뚜렷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협과 늘려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입장을 조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로 의료계가 2020년 대규모 파업까지 감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적다.
이에 일각에선 정원이 많지 않은 일명 '미니의대'에서만 정원을 일부 늘리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공공의대 설립의 경우 신설 대신 지방 의대를 활용하는 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주장대로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는 안은 의료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정원 40명에 불과한 의대부터 먼저 정원을 일부 늘리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일부 지방의대 교수 중엔 당장 지방 의료취약지 문제와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의대 신설 대신 지방 의대를 활용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권역별로 지방의대에 공공의사 특별전형 인원을 50명씩 편성해 기존 의대 교육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