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올가을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독감의 트윈데믹(twindemic) 우려 속에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도 현재 2가 백신 심사 허가 중으로, 빠르면 9월 말 10월 초에는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나 동시 접종을 고려 중이다.
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계속되는 코로나19 환자 발생과 가을 대책’ 포럼에서 올가을과 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독감 동시 유행을 막기 위한 대책이 논의됐다.
다음 재유행 올 12월, 내년 3~4월…재감염율 증가 추세 속 ‘백신 접종’ 강조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질병관리청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으로 코로나19 유행 추이를 예측하는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 재유행 시점을 올해 12월에서 내년 3~4월 중으로 내다봤다.
정재훈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시기, 접종의 효과, 재감염률에 따라서 그 유행의 규모와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경제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특정 변이 우세종 유지 기간이 10~14주 정도이고, 우세화가 진행되는 시기가 6~8주, 정점과 정점 사이의 거리가 10~22주 정도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자체적인 전파 능력, 면역 회피 능력은 계속해서 발달하는 특성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대응이나 백신 접종, 치료제 개발 등을 제외하고, 내재적인 중증화율을 평가를 했을 때 큰 변화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중환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훈 교수는 올 여름 오미크론 재유행 시기 일률적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자율적 방역 조치’로 일상회복의 기조를 유지하며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는 정부의 방역 패러다임 전환이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감염율이 7월 3~4%, 8월 5~6%, 9월 7%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방역 패러다임의 전환은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 방역상의 피해 특히 중환자와 사망자 감소를 기대하고 있고, 실질적인 감소도 이뤄진 상태다”라며 하반기 유행에 대비한 백신 접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독감 유행 규모 커질 가능성↑…재감염 막으려면 2가 백신 접종해야
김우주 고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인명 사망률도 줄여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은 백신 덕”이라며 백신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물리적 방역을 대신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올 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독감의 트윈데믹(twindemic)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반구인 호주가 올해 4월말부터 5~6월까지 독감이 유행했으며, 최근 5년 평균보다 유행 규모가 4~5배 컸다. 이에 우리나라도 10월 말부터 11~12월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독감에 대한 면역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우주 교수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변이가 계속되면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고, 돌파 감염과 재감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2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BA.1과 오리지널 바이러스 2가 백신을 고위험군, 의료인 순서부터 접종해야 하며, 10월 초부터 독감 백신과 코로나 백식을 동시에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백신 불확실성을 낮추는 정책을 통해 언제, 어느 백신이 나오는지 미리 소통을 잘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질병청, BA.1 2가 백신 허가승인 심사 중…10월 코로나-독감 백신 동시 접종 고려
질병관리청 권근용 예방접종관리과장은 “그간에는 한 가지 백신으로 다양한 변이에 대응해야 해서 접종 차수를 늘려가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이 도입됐기 때문에 차수 중심의 접종보다는 시기 중심의 접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코로나는 비계절성이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와 동일하게 대입할 수 없다. 앞으로는 유행 시기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발 빠르게 BA.1, BA.4/5 등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2가 백신 허가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미국은 BA.1 대신 현 우세종인 BA.4/5를 타겟으로 한 백신을 허가했고, 유럽은 BA.1 백신은 허가했지만 BA.4/5 백신은 미정인 상황이었다. 영국, 호주, 스위스와 캐나다도 BA.1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만 허가가 이뤄졌다.
권근용 과장은 “미국은 해당 백신을 허가했지만, BA.4/5에 대해서는 임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BA.4/5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 여부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 모더나와 화이자의 BA.1 백신이 식약처에 승인 신청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모더나 2가 백신은 9월 중 승인 결정되고, 9월 말 또는 10월에는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BA.1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BA.4/5 백신 승인이 가시화될 경우 BA.1 백신을 맞아야 할 것이냐, BA.4/5 백신을 기다려야 할 것이냐다.
권 과장은 “불확실한 미래 백신을 염두에 두고 현재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바로 맞을 수 있는 백신을 권고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 인플루엔자와의 트윈데믹에 대해서는 “앞서 2020년과 2021년에 비해 올해 더 많은 독감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3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최근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권근용 과장은 “코로나와 독감 백신을 동시에 접종을 하려면 2가 백신의 접종 시기 명확해야 한다. 올해 인플루엔자 접종은 9월 21일부터 진행되며 10월 달에 본격화될 것 같다”며 “전 세계에서 코로나와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 동시 접종이 가능한 분들은 동시 접종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