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김택우 회장은 19일 각종 의료현안과 관련해 "의사의 진료권과 자율성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열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 축사에서 “면허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 처방의 책임 구조를 흔드는 성분명 처방 강제, 계약당사자에게 과도한 사법 권한을 넘기는 건보공단 특사경 등 협회는 이 모든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이는 의사만을 위한 주장이 아니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직역 경계 허무는 시도 안 돼…성분명 처방 강제·건보공단 특사경에도 단호히 맞설 것
의정사태로 붕괴된 의료시스템을 위해 정부와 합심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협력이 곧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해서 함께 풀어야 할 것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며 “의학교육은 정상화가 시급하고 전공의 수련체계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무너진 의료시스템을 온전히 재건하기까지 5년,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의료계와 정부, 그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의료 정상화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의사들이 본연의 자리에서 소신껏 진료하고, 후배 의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과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며 “지난날의 정책 실패를 의사들의 책임으로 전가해선 안 된다. 국가와 정치가 현장과 핵심 의료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과거처럼 정부가 정하고 통보하면 갈등만 반복될 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현 집행부가 의정협의체를 발판 삼아 정책 초기부터 현장과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과 소통을 넓혀가는 이유도 같다”고 했다.
이어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겠다. 협력한다는 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단 뜻은 아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며 “국민은 정책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충분히 검증하고, 부작용을 따져보고 현장의 의견을 구한 뒤에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김교웅 의장 "규제 일변도 정책 변화 필요…지역의사제로 문제 해결 안 돼"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의료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의료계는 안팎으로 거센 풍랑 속에 서 있다. 의대증원, 지역의사제, 의료분쟁조정법, 비대면진료, 성분명 처방 강제화 등 나열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현안이 우리 의권을 흔들며 권익을 바닥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료실의 비명은 이제 일상이 됐다”며 “대전의 유명 산부인과 의원이 18년 만에 분만을 중단한 이유는 단순히 수익성 문제가 아니라 24시간 인력 운영의 한계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대구 쌍둥이 산모 사건의 실체는 800g 미만 미숙아를 돌보기 위해 8명의 전문의가 투입돼야 하는 가혹한 현실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익성과 상관없이 24시간 당직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지방 병원장들의 고충을 외면한 채, 단순히 의사를 지역에 묶어두는 지역의사제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정부를 향해 “의료를 통제와 규제만으로 관리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진정으로 지역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한시적 미봉책, 보여주기식 생색이 아니라, 정밀한 분석에 근거한 전폭적 재정 지원과 정책적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서울로 향하지 않고 지역에서 안심하고 치료받는 지역 완결형 진료가 정착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의료계를 향해서는 “의사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냉철하면서도 지혜롭게 끈기를 갖고 하나가 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가 바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