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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슈퍼전파자다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0-10-16 06:06
    최종업데이트 2020-10-16 06:06

    사진: 코로나19로 월터리드 군병원에 입원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외출을 나와 차량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자료=The White House Flickr)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일(현지 시각) 오전 0시 54분쯤 트위터를 통해 "나와 멜라니아가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코로나 확진 사실을 밝혔다. 1일 늦은 밤 대통령 부부가 PCR 확진판정을 받은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 호프 힉스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확진 판정 사실을 밝히기 몇 시간 전 그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온 힉스 보좌관의 감염 사실이 먼저 알려졌다.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가는 곳에 힉스는 함께했다. 9월 29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대선1차 TV토론과 다음날 미네소타주 유세를 위해 이동할 때 힉스 보좌관과 함께였고 당시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과 마린원(대통령 전용 헬기)에 탑승했었다. 힉스 고문은 미네소타주에서 증상을 느끼고, 돌아오는 항공편에선 격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에 힉스 보좌관이 트럼프 부부 확진과 관련한 유력한 감염 경로로 추정되고 있다. 뉴스로 보도된 시간으로만 보면 그럴듯한데 과연 누가 누구에게 옮겼을까? 백악관에서 계속 일어나는 감염의 슈퍼전파자는 누구일까? 필자가 놀랍게도 관심을 끈 트럼프의 한 여인이 더 있다. 6일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힉스, 멜라니아 트럼프에 이어 추가로 감염 사실이 알려진 인물은 해안경비대 참모인 제이나 맥캐론이다. 백악관 군사실(WHMO)에 소속돼 있는 맥캐론은 미국의 핵무기 코드가 포함된 핵가방(nuclear football)을 대통령 뒤에서 들고 다니는 직원 중 하나다.

    그러면 트럼프 주변의 감염된 여인 중에 누가 제일 많이 트럼프와 접촉이 있었을까? 아마도 순위는 멜라니아, 호프, 제이나 순서가 아닐까? 호프가 트럼프보다 먼저 코로나에 걸려서 퍼뜨린 사람이라면 호프와 제이나가 얼마나 접촉하였을까? 또한 멜라니아와 제이나는? 그들의 접촉은 상당히 적었을 것이고 거리두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누구를 공통분모로 세 여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나? 당근 트럼프다. 트럼프가 세 여인에게 전파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언제 트럼프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일까?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일 오후 이미 코로나 항체를 사용한 1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이뤄진 폭스뉴스 숀 해니티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코로나 검사(PCR 검사결과)가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나올 것이다"고 했다. 트럼프는 같은 인터뷰에서 최측근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의 확진 소식은 언급했지만 자신이 신속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후 정확도가 보다 높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자 몇 시간 뒤인 2일 오전 1시께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확진 사실을 공개했다. 힉스 보좌관과 트럼프는 같은 10월 1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기에 시간적인 차이가 있지만 힉스가 트럼프의 감염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백악관은 신속 항체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코 속 깊은 곳에서 표본을 체취하는 좀더 신뢰할 수 있는 PCR 검사를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왜 그럴까? 항체 검사는 사람의 혈액 검체를 검사해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에 대한 항체를 찾는 검사다. 항체는 감염이 된 이후에 생성되기 때문에,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이전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체 신속검사는 30분 내로 결과가 나오지만 정확도에 의문이 있는 것으로 말하지만 신속검사가 틀리는 경우는 주로 코로나에 감염됐는데도 음성으로 나오는 'False Positive'가 문제다. SARS-CoV -2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보통 1~3주 걸리기 때문에 항체 검사로 초기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 감염 상태인지 확인하려면 RT-PCR 같은 유전자 검사가 더 정확한 답이다. 어떤 검사든지 소위 거짓 음성(False Negative)이 실험자에게는 항상 문제이다. 왜냐하면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나오는 거짓 음성이 오도(misleading)를 하는 것이다.

    신속한 항체검사로 코로나 양성이 나왔을 때는 코로나 확진 여부를 좀더 정확하게 가려내는 PCR 검사는 실험실에서 결과를 얻기까지 6시간쯤 시간이 더 걸린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항체 신속검사는 코 속 깊은 곳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PCR 검사보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도 PCR 검사로 음성 반응이 나오거나, 감염되지 않았는데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 업체가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항체 신속진단키트는 민감도(진양성률·실제 질병이 있는 사람을 질병이 있다고 검사할 확률)가 97%, 특이도(진양성률·실제 질병이 없는 사람을 질병이 없다고 검사할 확률)는 100%에 달했다. 승인 기준인 '민감도 90%'와 '특이도 95%'를 넘어서며 민감도와 특이도가 95% 이상인 PCR 방식과 실상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숨겼으며 언론 인터뷰에서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WSJ은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는 자신의 측근과 주변 사람의 확진 사실도 비밀에 부쳤던 점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힉스 보좌관등 주변 사람들 사이에 코로나19가 퍼졌으나 한 보좌진에게 이 사실을 공개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 역시 힉스 보좌관의 확진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을 정도다. 스테피언 본부장 자신도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 4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션 콘리 대통령 주치의(자료=The White House Flickr)

    트럼프는 항체로 1차 검사에서 신속하게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가 언제 양성 판정을 받았을까? 트럼프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콘리 주치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단을 받은 지 72시간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질병 경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했다. 콘리의 '72시간 전' 발언이 맞다 면 트럼프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이 된다. 힉스 보좌관보다 빠르거나 아니면 같은 시간에 항체 검사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무의식 중에 나온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가 확진 사실을 알고도 지난달 30일 미네소타 유세와 지난 1일 뉴저지 선거 자금 모금 일정을 소화했다는 얘기가 된다. 특별히 1일 뉴저지 일정은 이미 항체 신속검사로 자신이 감염됐던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뉴저지 일정 후에 2일 새벽 1시에 트위터로 자신의 코로나 확진 사실을 알렸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지난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마사 매캘럼 앵커와 인터뷰했다. 인터뷰 중 연신 기침을 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와 28일의 대통령 첫 TV 토론회 준비를 도우면서 대통령과 장시간 좁은 공간에서 가까이 지냈다. 줄리아니는 누구에게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했지만 백악관, 공화당 지도부 최소 21명이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데 이어 펜타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업무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각) 오전 찰스 레이 부사령관이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격리 중인 레이 부사령관은 지난주 펜타곤에서 열린 군 수뇌부 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포함 육해공군 수뇌부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인물들은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사진: 9월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발표행사장(자료=The White House Flickr)

    미국 최고위 인사들을 코로나19 염증에 걸리게 한 집단 발병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9월 26일 백악관 로즈가든(Rose Garden)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지명하기 위해 개최한 행사다. 다닥다닥 붙어 앉은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더구나 참석자들은 행사 전후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서로 악수를 하거나 심지어 포옹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것은 없다. 누가 이런 행사를 성급하게 마련했는가? 누구때문에 미국이 위험한가?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이런 행사를 주관한 슈퍼전파자 트럼프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면 안 되는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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