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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확진…Mr. President, what you gonna take for COVID-19?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0-10-09 08:33
    최종업데이트 2020-10-09 08:41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7월 31일 칼럼에 'Mr. President, Mask! Mask! Mask! You Stupid!'이란 도전적인 제목을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를 처음 쓴 것이 뉴스가 됐기에 그렇게 달았다. 지난 7월 11일 전용 헬기(Marine 1)를 타고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를 찾아 부상당한 군인들과 의료진을 만난 것을 보고 쓴 칼럼이다. 이 칼럼에서 주장했듯이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마스크를 썼다면 월터 리드 방문은 한 번으로 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32일 앞두고 안타깝게도 다시 월터 리드를 환자로써 방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실은 예측되던 일이 드디어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 캠프에선 '이렇게 될 위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이라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결국 올 것이 왔다. '대통령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세하고 싶어했고 (그것도 마스크도 안 쓰고) 그래서 선거운동을 그에 맞춰 짜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참 공평하다. 사람의 직위 고하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국가 대통령이라고 두렵지 않다. 사람이 마스크를 안 쓰고 거리두기를 않고 기회를 주면 공존하기 위해 무조건 들어간다.

    트럼프가 지난 2일(현지 시각) 오전 0시 54분쯤 트위터를 통해 '나와 멜라니아가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코로나 확진 사실을 밝혔다. 그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온 호프 백악관 보좌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1일 언론보도로 알려진 뒤였다. 백악관 주치의인 콘리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현재(월터 리드 입원 전 백악관에서)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함께 확진 판정을 받은 멜라니아 여사는 '가벼운 기침과 두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새벽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알린 트럼프가 2일 저녁 6시 15분쯤 마린원을 타고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이동했다. 물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한 예방적 조치'로 며칠 간 입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마스크를 썼던 바로 그 병원에서 아마 다른 사람이 더 큰 마스크를 씌워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Sean Conley). 사진=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왜 대통령 부부가 같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멜라니아는 백악관에 머물고 트럼프는 월터 리드 병원으로 갔을까? 여자와 남자 증상반응 차이인가? 50세와 74세 나이 차이인가? 아니면 대통령이 먼저 호흡곤란을 호소한 것인가? 세계 최고의 환자(World Patient 1)에게 세계 최고의 의사들은 어떤 약을 처방할까? 약을 조금 아는 필자에게는 너무 큰 관심 거리이다. "대통령님 코로나19에 어떤 약을 드실 것인가요?(Mr. President, what you gonna take for COVID19?)" 물어보고 싶다.

    1일 늦은 밤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와 약에 대한 첫 뉴스는 월터 리드로 입원 전 2일 오전에 이미 백악관에서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항체치료제를 투여 받은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Sean Conley)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PCR 검사로 확진 받은 뒤 예방적 조치로 리제네론의 항체 코로나 치료제 칵테일 8그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리제네론은 3월 1일 백악관에 초대받은 10개의 코로나19 치료약이나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 중 하나다. 리제네론의 항체 코로나 치료제는 임상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해 실험적 투여만 이뤄지고 있다. 아직 승인되지 않은 약을 대통령에게 투여하는 것은 리제네론 쪽으로 보면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N of 1' 임상실험의 트럼프는 "이 약을 내가 직접 맞아 보았는데 너무 좋아! 빨리 FDA가 허가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할 것이다. 아니면 그 반대로 이야기할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주치의 콘리 박사는 또 "항체 칵테일 이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연, 비타민D, 파모티딘(famotidine), 멜라토닌과 일일 용량의 아스피린을 섭취했다"고 밝혔다. 아연, 비타민D, 멜라토닌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코로나 환자들에게 투여돼 왔다. 위장약인 파모티딘도 경증 코로나 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국제 학술지 '소화기학회지(Gut)' 6월 4일자에 게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심장마비 위험성을 낮춰주는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해 왔다고 한다.

    확진 판정 바로 사흘전인 9월 29일 화요일은 미국에서 두 가지 사건이 하나로 뭉치게 된 중요한 날이다. 하나는 미국 대통령선거 첫 후보자 TV토론회이고 다른 하나는 리제네론의 'REGN-COV2' 칵테일의 임상결과 발표이다. 트럼프는 첫 TV토론회에서 상의 안에 가지고 있던 마스크를 꺼내며 항상 마스크를 쓰는 바이든을 조롱하였다. 리제네론은 지난 7월 6일부터 두 가지 항체를 섞은 복합 치료제(쉽게 '칵테일'이라 표현)로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두 항체가 각각 바이러스의 다른 스파이크에 결합해 그만큼 치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그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날이 바로 29일이다.

    그 운명의 날 리제네론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항체를 투여 받은 275명의 임상환자에 대한 서술적인 분석(descriptive analysis)을 발표한 것이다.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SARS-CoV-2 항체'에 면역 반응이 있는 환자(seropositive, ~45%)와 없는 환자(seronegative, ~41%)다. 항체 면역반응이 있는 seropositive 환자 그룹은 항체 칵테일을 주사하지 않아도 자가면역 때문에 바이러스가 측정될 수 없는 'lowest levels quantifiable (LLQ)'에 도달했다. 상대적으로 seronegative 환자 그룹은 바이러스 레벨이 높고 서서히 바이러스가 낮아졌다. 또한 seronegative 환자 그룹은 증상이 심해지는 기간이 평균 7일이었고 seropositive 환자 그룹은 증상이 높아지는 기간이 평균 14일로 차이가 났다. 자연적인 항체가 몸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없고 가 증상 변화에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SARS-CoV-2 항체도 8g을 투여한 '고농도 환자', 4g을 투여한 '저농도 환자' 그리고 플라시보의 세 그룹으로 나눴다. seronegative 환자 그룹에 SARS-CoV-2 항체를 투여하면 7일 후 비강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양(nasopharyngeal viral load)이 고농도 환자에게서 더 많이 줄어들었다. 바이러스 레벨이 더 높은 환자들이 더 많이 줄어 들었다. placebo 그룹은 증상이 경미해지는 기간은 13일이었고, 항체 칵테일 8g을 투여한 고농도 환자는 8일, 4g을 투여한 저농도 환자는 6일이었다. 항체에 대한 이상반응은 고농도 환자나 저농도 환자나 매우 적었다. 이상반응은 플라시보그룹은 2명이 저농도 환자는 1명이 그리고 고농도 환자는 없었다.

    FDA의 신속 허가절차를 거치면 (이런 서술적인 기술로는 당연히 특별허가가 안 될 것이지만) 이르면 10월부터 항체 치료제를 환자들에게 접종할 수 있다는 것이 리제네론의 주장이다. 릴리도 가을에 자기네가 개발하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생산 준비를 시작했다. 코로나 예방백신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에나 일반인 대상 접종이 가능하다고 예상된다.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때까지 항체 치료제가 코로나를 막아줄 야구의 중간계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왜 트럼프는 확진 판정을 받자 마자 병원에 입원하기도 전에 항체 칵테일을 맞았을까? 항체 칵테일의 중간계투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백신은 인체가 병원체를 약하게 경험하게 하여 항체를 분비하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하면 백신은 인체가 스스로 항체를 만들도록 능동적인 면역력을 유도한다. 하지만 트럼프처럼 74세의 노인이나 과체중에 기저질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아도 면역항체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러기에 항체 치료제는 이런 사람들 체내에서 자가 항체가 만들어질 때까지 면역력을 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항체 치료제는 인체에 들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한다. 이로 인해 더 이상의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 항체와 결합한 바이러스는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해 바이러스를 파괴한다. 주사한 항체 치료제가 몸 안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 새롭게 들어오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게 중화작용을 할 수 있다.

    왜 트럼프가 월터 리드에 입원하자 곧 렘데시비르를 투약을 시작했을까? 통상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투약하는 것으로 알려진 치료제이다. 74세, 과체중, 고위험군인 트럼프가 중증일까? 올해 임상연구 결과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증상 발현 기간을 평균 15일에서 11일로 4일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렘데시비르 투약이 곧 트럼프 대통령이 위중하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제이 굽타 CNN 의학전문기자 겸 의사는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증식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는 환자에게 산소 공급이 줄어드는 시점에 투약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치료는 'N of 1'이기에 일반 환자와 다르게 접근할 수 있어서 트럼프가 렘디시비르 투약을 시작했다고 반드시 심각하다는 신호는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의심되는 것이 중증 환자에게 투여하는 덱사메타손도 맞은 것이다. 심각한가?

    인간의 이성(理性)이 무엇인가? 트럼프의 지난 몇 달 코로나 전시하에서 보인 행동인 마스크 거부 현상은 신(神)에 대한 인간 저항 심리의 발현일까? 어찌 생각하면 마스크 하나만 쓰고 있으면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인간은 가위로 마스크를 자른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이없이 코로나에 대한 마스크 착용으로 결정될 것 같다. 줄곧 마스크를 쓰고 켐페인을 했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 바이든은 트럼프를 향한 네거티브 광고를 중단했다. 코로나 감염은 선거 공학적으로 봤을 때 한달 남은 현재로써 트럼프 캠프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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