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서울의 모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들이 파업에 가세했다.
25일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에 따르면 서울의 모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지난 15일부터 3일간 파업에 들어갔다.
이 대학병원 내과는 업무강도가 높아 전공의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으며, 수련 역시 부실해 전공의 1년차 3명중 2명, 2년차 1명이 이미 사직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자 내과 전공의들은 대학병원 측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병원 측은 전공의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라며 책임을 전가했고, 전공의들이 요구를 외면한 채 무면허 의료보조인력인 PA 고용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내과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의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4년차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으며, 파업 하루 전 대전협에 도움을 요청했다.
내과 전공의 파업 사태는 지난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시작으로 순천향대 천안병원, 삼성창원병원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대전협 송명제 회장과 조영대 사무총장·정책이사, 조승국 평가·수련이사는 파업 당일 현장을 방문, 내과 전공의들의 절박한 호소를 경청하는 한편 수련 실태, 수련규정 준수 여부 파악에 나섰다.
이와 함께 병원과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한 사례, 전공의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조언했다.
전공의들은 대전협의 지원 아래 사흘간 파업을 이어갔고, 병원 측은 호스피탈리스트 도입과 80시간 근무시간 준수 등을 약속했다.
그러자 내과 전공의들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제공
대전협 조승국 평가·수련이사는 "내과 전공의들의 잇단 파업은 오랜 시간 누적된 문제들이 도미노처럼 터져나온 결과"라고 단언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중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내과 전공의의 업무량·강도가 증가해 수련과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각 년차에서 받아야 할 필수적인 수련을 이수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게 대전협의 분석이다.
특히 조 이사는 "정부가 원격의료,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내과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정책을 무분별하게 추진하고 있어 전공의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정부 시범사업으로 공식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호스피탈리스트 고용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를 위한 단체"라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전공의들이 힘들어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고민을 듣고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필수과 중의 필수과인 내과는 최근 몇년 새 전공의 비인기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6년간 후반기 내과 전공의 모집 인원만 놓고 보더라도 2010년 28명, 2011년 28명에서 2012년 44명, 2013년 59명, 2014년 90명으로 급증했고, 2015년에는 124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수련을 중도 포기하거나 전반기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수련병원이 많아졌다는 것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