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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국민 대상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발표에 ‘의협’ 강하게 반발

    재외동포 건강권, 외교 상호협조로 보장…해외 처방전 발급해도 약 조제 불가 부작용도

    기사입력시간 2020-06-26 12:13
    최종업데이트 2020-06-26 12:1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원격진료 도입을 위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에 넣어, 허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규제 샌드박드는 재외국민(외국에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전화·화상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원격진료 도입을 골자로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확대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인과 환자 간 대면진료의 기반과 국민의 건강권을 저버리고 있다는 취지다.
     
    의협은 “정부 규제 샌드박스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이라는 기본적 가치보다 산업적‧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며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제한적이고 임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의료인-환자 간 전화 상담‧처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검증도 없이 정책의 실험장을 재외국민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인-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해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의협은 “원격의료는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산업계의 경쟁을 촉발하고 불필요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그 허용 형태에 따라서 극단적인 영리추구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의료전달체계 붕괴 문제도 지적됐다. 의협은 “현재는 경증 환자를 놓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을 벌이는, 그야말로 무질서 그 자체인 의료전달체계”라며 “원격의료의 허용은 동네의원의 몰락과 기초 의료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외동포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원격의료보다 외교적 상호협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의협은 “재외동포 건강권은 외교를 통한 외국과의 상호협조를 통해 실질적인 치료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본질과 동떨어진 원격의료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혼선을 빚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한다”고 말했다.
     
    또 의협은 “국내 의사가 해외에 있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더라도 외국에서 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 받거나 처치를 받을 수 없다”며 “해당 국가의 우리나라 의사면허에 대한 인정 여부, 원격 의료에 대한 인정 여부, 보험제도와 보장 범위, 지불 방법, 의료행위의 책임소재 등 수 많은 법적인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의협은 “당연히 외국의 약사나 의료기관이 우리나라 의사가 해외에서 발급한 처방전에 따라 조제, 처치해줄 의무가 없다”며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해당 국가의 법률 위반 문제를 야기해 외교 및 통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