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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공급량 충분한데 개원가엔 없다?…제약사·유통사 중간에서 임의 '조정' 논란

반품금지 조항 넣거나 전년도 사용량 따라 배분하는 곳도…질병청 "현황파악 중, 조만간 대책 마련하겠다"

기사입력시간 21-09-10 06:47
최종업데이트 21-09-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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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백신 임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생산에 손을 뗐지만, 정부가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철저히 독감백신의 출하량을 관리하면서 지난해보다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대폭 증가했다.

백신 출하량이 많아지면서 개원가에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제약사, 유통업체 등이 임의로 조항을 만들어 공급을 줄이거나 전년도 사용량에 비례해 배분을 하는 불법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제약사·유통업체의 독감백신 공급 관련 불법행위와 현황을 파악 중이며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약 2680만 도즈(전 국민의 52% 수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공급하기로 했다. 국가 필수예방접종(NIP) 대상은 1460만명(28%)이다. 이중 어르신 예방접종 물량은 정부가 총량 구매 후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어린이·임신부는 의료기관이 자체 구매한 백신으로 접종을 진행한다. 

질병청은 오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생후 6개월~만 13세 어린이(553만명), 임신부(27만명), 만 65세 이상 어르신(880만명)에게 인플루엔자 4가 백신으로 무료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일정. 자료=질병관리청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군별·연령별 접종시작 시기를 달리하고 사전예약을 통해 의료기관별·날짜별 접종을 분산시킬 예정이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지정된 동네 병·의원(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실시하며, 지원대상자는 주소지에 관계없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무료접종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신성약품이라는 도매상의 수송과정 중 콜드체인 문제로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 시기가 늦춰진 데 이어 불순물 논란으로 개원가 일선에서 혼선이 빚어졌던 만큼, 질병청은 다수의 백신 조달업체(5개 제조사)와 유통전문업체(4개사)를 통해 백신 공급 및 유통을 실시한다. 

또한 사전에 백신의 체계적 보관·수송 관리를 위한 유통계획을 수립하고 유사시 신속대응 방안 마련하며 물류창고 및 수송 관계자 등에 대한 의무 사전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같이 독감백신 예방접종사업이 철저하게 준비되고 있으나, 정작 개원가는 적정 물량을 공급받지 못해 접종을 원하는 내원객들을 돌려보낼 상황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도매업체들이 반품거절 등의 조항을 붙여 계약을 하고,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기관에 공급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제약사가 각 의료기관별 지난해 사용량 등을 조사한 다음 이에 비례해서만 백신을 배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즉 전년도에 10개를 주문한 후 8개만 사용한 기관이 있으면 올해 10개를 주문해도 이를 모두 공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약 A라는 의원에 지난해에 10명의 독감백신 접종 환자가 왔다고 해서 올해도 같은 수의 환자가 방문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는데도, 그 이상을 요구할 수 없게 막아버린 것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백신 반품과 폐기량이 많은데 이에 대한 책임은 의료기관이 아닌 제약사, 유통사로 모두 넘어오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라며 "일부 의료기관은 올해년도 사업 전체 물량을 한번에 요구하고 있어서 이를 자체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백신 출하량은 전년 보다 늘었는데 공급은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신성약품 사태로 인해 제약사와 유통사가 직거래가 아닌 도매상으로 그 물량을 넘겼는데, 도매상들이 높은 가격을 부르거나 이행이 어려운 악조건 등을 내걸고 있다"면서 "결국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독감 백신 품귀현상이 생기고,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면 궁극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률이 대폭 떨어져 국민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의협의회는 지난해 유통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백신접종 지연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이를 '반면교사' 삼기는커녕 공급과 접종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더 부여하면서 접종 지연을 넘어 불가 사태까지 발생할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에 관련 회의를 요구한 상태다. 

질병청 박숙경 인플루엔자팀장은 "현재 올해의 공급 예정 분량 전체 중에서 식약처를 통해 국가출하승인이 진행 중에 있고, 이를 통해서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단계"라며 "국가출하승인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체 공급량이 유통되는 단계는 아니다. 단계적으로 공급량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다만 제약사들이 의료기관에 공급할 때 미접종분에 대한 반품 등을 고려해 일단 한꺼번에 납품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실소요량에 따라서 공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이 원하는 만큼 일시에 공급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예방백신사업(NIP) 중 어르신 접종 이외의 물량은 시장의 흐름에 맡겨둬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이에 대한 논란이 있는만큼 현황을 조사 중"이라며 "추후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대로 발표·시행토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간 물량 뿐 아니라 제약사들이 NIP 사업 물량까지 자신들의 영업행위에 포함시키고 공급량을 임의로 조절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질병청은 규제나 처벌 보다는 '협조'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팀장은 "최근 NIP 공급량 조절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원활하게 백신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제조사나 의료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지역별 구매가 가능한 도매업체의 현황을 의료계에 전달하는 등 의료계에 백신 확보를 지원하고 있고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면서 "민간이 자율적으로 구매하는 시장 경제에 의한 사항이나 불공정 사례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감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