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에 막히며 무위로 돌아간 가운데 의료계에선 이번 계엄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에 “전공의 등 파업 중인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포고령이 발표된 이후 의료계는 크게 술렁였다. 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를 비롯해 의정 갈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의사들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불안에 떨기도 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계엄령이 뜨는 걸 보고 이러다 다 잡혀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는 페이스북에 “어제 지인들과 저녁 식사하면서 얘기 하던 중에 계엄 소식이 전해졌다”며 “의정갈등 상황 때문에 경찰 조사도 받고 압수수색 당하고 국회에 출석했던 분이 같이 있었는데 집에 갔다가는 밤새 구속될 수도 있겠다면서 호텔을 급하게 잡길래 호텔까지 내 차로 태워드렸다”고 했다.
정부가 의료대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던 플랜 B, C가 계엄령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월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플랜B, C를) 알고 있지만 여기서 공개할 수 없다”며 “플랜 B, C를 얘기하는 순간 돌아오는 사람을 막고자 하는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박지용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덕수 총리는 계엄령이 떨어질 걸 알았던 걸까. 민주당이 계엄령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게 8월이었다”며 “정부는 애초에 의사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의료사태가 이렇게 길어진 원인은 전적으로 정부 때문”이라고 했다.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의료개혁의 부당함 반증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을 향해 호소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대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사들은 의료개혁이란 미명 하에 이같은 일을 10개월째 당하고 있다.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강행하는 의료개혁을 지금 당장 멈추고 정상적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최안나 기획이사는 “정부가 지난 2월부터 공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젊은 의사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고, 협박과 조롱을 쏟아냈을 때 이미 불법적 계엄령 선포는 예고됐다”며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이고 서슬퍼런 포고령을 보고 무엇을 느끼셨나. 이제 의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