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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 의료비 보다 싼 뇌졸중 시술비”…뇌졸중 의사 사라진다

    격일 당직 서가며 일하지만 낮은 수가로 젊은 의사들 외면…학회 홍보이사도 "후배들에 권하기 힘들어"

    기사입력시간 2023-04-19 18:36
    최종업데이트 2023-04-19 18:36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뇌경색 환자를 살리는 치료에 대한 수가가 반려견 의료비보다도 싸다.”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는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 기자간담회에에서 뇌졸중 분야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 장애는 물론이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이다. 빠른 고령화 추세 속에 환자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학회는 5~10년 후엔 연간 10만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할 뇌졸중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뇌졸중 전임의 지원자 5명 불과…수가 개선 없으면 뇌졸중 진료체계 붕괴
     
    김 이사는 “뇌졸중 전공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다. 올해 전국 신경과 전문의 시험 합격자 83명 중 불과 5명만 뇌졸중 전임의로 지원했다”며 “권역심뇌혈관센터 14곳 중 1곳에서만 전임의가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 없이 교수가 당직서는 대학병원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본인 스스로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 뇌졸중 전공을 택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후배들에게도 권하기 힘들다고 했다. 학회 홍보이사의 입에서 이런 토로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셈이다.
     
    젊은 의사들이 뇌졸중 분야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은 결국 낮은 수가라는 게 학회의 진단이다.
     
    실제 뇌졸중 집중치료실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가 탓에 운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합병원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는 13만33230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료 6인실 일반과(17만1360원)보다 낮다.
     
    시술의 경우도 뇌경색 급성기 환자 대상 필수치료인 정맥내 혈전용해술에 대한 관리료가 타 국가들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김 이사는 “국내 정맥내혈전용해술의 관리료는 19만원이다. 외국에 비하면 50%도 안 되고, 반려견 의료비보다도 싸다”며 “반려견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시술에 대한 관리료가 19만원에 불과하다는 건 큰 문제”라고 했다.
     
    낮은 수가는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근무 여건에 처해있는 뇌졸중 의사들의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회 차재관 위원장(동아대병원 신경과)는 “우리 병원의 경우 뇌졸중 환자를 스크리닝하기 위해 나까지 50대 중후반의 의사 두 명이 격일로 24시간 콜 당직을 선다”며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수가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들 입장에서 뇌졸중 의사들은 고생은 하는데 수가도 안 나오는 것 같으니 좋게 보일리가 없다”며 “적어도 ‘이런 일을 하는 의사들이 병원에 해를 끼치지 않고 이익을 주는구나’라는 인식 정도는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사람 살린다는 자부심이 전부”라고 했다.
     
    이에 학회는 뇌졸중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뇌졸중 수가 개선 및 신설 ▲수련병원 전공의 추가 배정(최소 2명 이상) ▲전문 인력 집중(권역심뇌센터 뇌졸중 전문의 5명 이상) 등을 제안했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응급실 '뺑뺑이' 20년 넘게 반복…119-전문과 연계 및 24시간 진료 인프라 확충

    이날 학회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해선 지난 20년간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온 일이라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중증응급환자가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사망하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학회는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119의 전문진료과와 직접적 연계 불가 ▲치료 전체 과정을 관리할 관제센터의 부재 ▲ 24시간 진료 인프라의 부족 등을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현재는 119가 응급의학과와 소통하고 있는데 뇌졸중 환자의 경우 119가 신경과 전문의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을 관리하기 위한 관제 센터가 있어야 하는데, 뇌졸중의 경우 권역심뇌센터에 그런 기능을 부여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응급실이 경증환자로 꽉 차 중증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예 증증과 경증환자 센터를 분리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는 필수중증환자의 최종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24시간 진료 인프라 부족 문제와 관련해 “24시간 체계는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병원을 24시간 체계로 운영하는 건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적어도 25~30개 정도 병원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정도만 되도 주변 병원들과 연계하면 90~95%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며 “현재 뇌졸중 센터가 없는 권역이 전국 진료권 절반에 가까운데 그런 상태부터 우선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