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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급여 신고 의무화, 대정부 협상이 우선이지만 투쟁 가능성도 배제 못해"

    의협 병협 치협 한의협 의료계 4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의료영리화, 개인정보보호 등 우려로 비급여 신고와 공개 강제화 안돼”

    기사입력시간 2021-05-04 12:35
    최종업데이트 2021-05-04 12:35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에 맞서기 위해 손 잡은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수장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는 정부 측과 합리적 협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최소한의 목소리 마저 부정된다면 결연한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의료계를 대표하는 4개 단체가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에 맞서 뭉쳤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와의 논의에 적극 임하면서 협상을 최우선 원칙으로 밝히면서도 향후 최소한의 마지노선까지 지켜지지 않을 시, 투쟁의 가능성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의료계 대표 4개 단체는 4일 용산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우선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원계는 이미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코드 등록이 완료된 상태에서 모든 비급여 진료 행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공개하라는 것은 동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신의료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해당 기술이 비급여로 분류되는 행태가 폭리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병협 정영호 회장은 "이미 병원계는 어느정도 비급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비급여의 밝은 부분까지 사라지게 만들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낮은 수가를 비급여로 보완하며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많은데 대책없이 일괄적으로 모든 비급여 행위를 오픈하면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 큰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 쪽에선 신의료기술 쪽에서 새로운 비급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부분은 재정적 이유로 비급여로 분류되는데 이는 의료기술이 나오기 위해 투자되는 연구비용 등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전부 공개되면 얼핏 국민들이 보기엔 환자를 상대로 병원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비급여 의무 보고가 환자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은 "민감한 비급여 환자 개인정보까지 모두 오픈된다면 현재 비급여 제도에서 갖고 있는 장점 마저 소멸되는 것"이라며 "환자 정보와 가격이 공개되면서 이는 의료 영리화와 의료 상품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심평원에서 향후 가격 순으로 비급여 진료를 공개한다면 이는 의료 쇼핑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어떤 비급여 항목을 공개하기 위해선 해당 비급여 행위에 대한 정의나 분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런 부분도 구체화되기 전에 비급여 보고를 의무화부터 하려고 한다. 전형적인 졸속 행정이고 탁상행정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진행 중인 정부와의 실무협의에 성실히 임하면서 합의점을 찾아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대화를 통해 협상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지만 정부 측에서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않을 시, 범의료계 투쟁 가능성도 암시했다. 

    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정부가 비급여 진료 신고화 의무에 대해 전문가 단체와 소통하고 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의 회의 과정에서 소비자 단체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의료계 4개 단체와 향후 심도 있는 소통과 논의를 통해 정책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치과의사협회 이상훈 회장은 "정부 회의에 처음엔 보이콧도 했다. 정부가 너무 소비자 중심에서 환자 알권리만을 강요하면서 의료계 단체 견해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원내에서 비급여 진료 정보가 환자에게 고지되는 부분만으로도 환자 알권리는 충분히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급여 정보가 오히려 원외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의료계 단체들이 협상을 얘기하고 있고 향후 합리적 협의를 원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목소리 마저 부정된다면 더 결연한 투쟁의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비급여 보고와 공개 사항이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4개 단체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해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 규모 이하 의료기관은 비급여 보고와 공개를 강제가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해야 한다"며 "비급여 통제 정책 추진을 즉각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건보 재정 소요를 억제하는 기제로 이번 정책이 작용하고 있다.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가 가능토록 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 시켰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공개대상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소에서 올해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 5464소로 늘어나게 된다. 비급여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에서 올해 616개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