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ka)는 개발하고 있던 코로나19 백신(AZD1222)에 대한 임상시험 3상을 9월 7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했으나 12일에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에 희망을 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며칠동안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일반인들도 코로나19 피로감에서 해방될 날이 멀어질까 걱정했을 것이다. 일시중단의 배경과 의미, 새로 제기된 문제점, 효능이 높은 백신보급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살아있는지 정리했다.
임상시험 임시 중단을 발표한 배경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 중인 백신은 침팬지에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변화시켜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사람의 세포에 전달하도록 만든 것이다.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달리 사람의 면역체계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제거되지 않으며 백신의 효능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의학저널 란셋(Folegatti et al. Lancet. 2020. 7. 20)에 발표된 임상시험 1상결과에 따르면 압도적인 효능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임상시험 3상을 시행해도 좋겠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장점은 대규모 생산시설, 잘 정비된 판매망, 저렴하게 책정한 가격과 함께 백신의 안전성이었다. 임상시험 1/2상에 참여한 1000여명 중에서 60% 이상 간단한 부작용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징후는 없었다.
높은 기대감과 함께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수의 국가와 단체에서 많은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 미국 정부에서 12억 달러, 에피데믹대비혁신연합(CEPI)에서 7억 5000만 달러, 영국에서 6550만 파운드, 브라질에서 1억 2700만 달러, 유럽연합에서 7억 5000만 유로를 받았으며 해당 국가들 및 제3세계에 백신을 값싸게 공급할 예정이었다. 한국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백신을 생산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일시 중단을 발표한 당시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스페인은 상황이 악화돼 병원의 수용능력이 받쳐주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도됐다. 세계적으로 백신보급에 대한 열망이 더 커져가는 있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가장 먼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최소한 한가지 백신에 긴급사용권한(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부여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개발 선두주자로 간주되고 있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치적 영향에 의해 과학과 백신의 안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의 경영자들은 이런 염려를 의식하면서 백신보급 날짜보다 과학과 백신의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합의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각한 부작용(Severe Adverse Reaction)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나타나자 임상시험을 임시로 중단했다.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은 이 결정을 과학 및 환자의 안전성을 중요시 하겠다는 결의를 실제로 표현 한 것으로 환영했다.
일시 중단의 원인과 개발에 미치게 될 영향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임상시험에 참여한 1만여 명 중에서 1명이 척수염(transverse myelitis)의 증상을 보였다.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개발사에서는 척수염의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백신은 치료약과 달리 관련된 질병을 앓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대단위로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거나 지극히 낮아야 한다. 백신은 치료약에 비해 안전성을 극도로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개발회사에서 쉽고 빠른 방법으로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들 중에서 추가 환자가 없다고 확인하고 척수염이 백신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 아니라는 증거로 제시한 것 같다. 영국 규제기관에서는 이런 일은 백신개발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보고 개발사에서 제시한 데이터를 받아들였다. 일부 전문가들이 문제가 해결돼 곧 임상시험이 재개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했지만 4일만에 임상시험 재개를 발표하리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재개를 발표했을 때 환자들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문제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닐 가능성이 남아있다.
임상시험재개 결정의 아쉬운 점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전문가들 중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본인은 이 사태를 심각한 문제가 표출될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동일한 백신을 투여 받은 임상시험 참여자 중 한명은 7월에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 증상은 중추신경에서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탈락되는 질병으로 이번에 발생한 질병과 원초적으로 비슷한 질병이다. 이전 환자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이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제2의 환자가 발생했으므로 이전에 발표하지 않은 일화와 같은 맥락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 두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두 환자가 경험한 부작용의 연관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질병은 일반인들에게 흔하지 않으며 1만 8000명을 무작위로 검사했을 때 두 명이 증상을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백신의 영향으로 의심하고 데이터를 검토해야 한다.
개발사에서 7월 다발성 경화증을 보이는 참여자를 확인했을 때는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임상시험을 시행하던 중에 증상을 나타내게 된 운이 나쁜 경우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두 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번에는 처음과 같이 단순하게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감염과 관련된 정치 및 사회상황에서 영국의 규제기관에서는 임상재개를 허가하는 것이 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추가적인 데이터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성급하게 재개된 임상시험이 끝나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임상시험을 재개한 후에 다시 한번 더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생하면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려워 질것이다.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더라도 일반인들은 이 백신을 접종 받기를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위해 시간이 많이 지연될지라도 개발사는 척수염이 백신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규명하거나 최소한 이런 사람들을 임상시험에서 제외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 임상시험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달리 4일만에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10월 22일에 열릴 미국 FDA의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meeting) 미팅 일정에 맞추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의심된다.
개인적인 견해로 본 최악의 경우
일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척수염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화이기를 바란다. 아직 공식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후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기관은 없다.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문제점과 그 여파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예측해 봤다.
만약 백신과 환자의 질병이 관련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두 환자들이 앓고 있는 증상은 병명이 다르지만 신경수초가 손상되는 질병으로 신경수초를 공격하는 항체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항체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원숭이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벡터 때문에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이 벡터를 이용해 허가된 백신이 없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가 문제의 근원으로 의심되면 선두를 지키고 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승인 받지 못할 것이며, 같은 벡터를 사용헤 개발하고 있는 존슨앤드존슨(J&J, Ad26.COVS1)의 백신도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만약 사람세포에 전달된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침팬지 감기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유전자를 배송하기 위해 사용된 자동차와 같다. 유전자가 배송되면 이 유전자로부터 mRNA가 만들어지며 이어서 단백질이 만들어 진다. 사람 세포 안에 스파이크-유전자가 존재하는 한 코로나19 단백질은 계속 만들어지며 생산량을 임의로 조절할 수 없다. 사람의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코로나 단백질은 사람 자신의 단백질로 인식돼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해 몸 전체에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러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 단백질과 결합한 후 면역체계가 활성화 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은 전문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가설이다. 이 가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바이러스 벡터(아스트라제네카, 캔사이노 바이오로직스, 러시아의 가말레야(Gamaleya)), DNA(이노비오, 제넥신, Zydus Cadila, Osaka/Takara) 및 mRNA(모더나, 화이자, 큐어백,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로 된 백신후보들도 세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백신보급에는 문제 없을 것
스파이크 단백질이 척수염의 원인이 아니며 신경수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백신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 수를 증가시켜 비슷한 부작용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인 증거자료로 활용한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 3상에서 3만명 이상 참가해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한다. 긴급사용권한을 받더라도 백신을 투여 받은 사람들에게 장기간 지속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참고로 많은 참여자들을 장시간 동안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데 10여년 소요된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이 시간을 1년으로 단축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부국가의 정치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 하므로 정치권을 의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유전물질이 문제의 원인으로 판명된다면 최근까지 가장 선두에 있는 1, 2, 3위 백신 후보들을 최종 허가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효과적인 백신이 생산돼 보급될 것이라고 변함없이 기대할 수 있다. 생백신(Sinopharm, Sinovac, Bharat Biotech)과 특이항원 백신(Novavax, Medicago, Clover Biopharm/GSK/Dynavax, Kenturky Bioprocessing, Vaxine/Meditox, 휴벳/고려대/생명연/옵티팜)들이 개발될 것이며 올해안에 임상시험 3상 결과가 발표돼 내년초까지는 일반인들에게 공급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공급하기 위해 우리나라 회사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데노벡터 백신 뿐 아니라 노바백스의 특이항원 백신도 생산하도록 계약했으므로 우리나라에 백신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미국, 유럽선진국들, 한국에서 사용하게 될 백신
일시적인 임상시험 중지는 백신개발이 실패했다는 신호가 아니며, 이 때문에 임상시험이 지연되지도 않을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는 여전히 올해 안에 임상시험 3상을 마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미국에서 11월 3일까지 긴급사용권한(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문제의 소지는 아직 남아있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화이자와 모더나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최상위 회사로 남아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도 다른 유전자 백신처럼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반인들에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들이 각국의 식약관리국의 허가를 받더라도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인다. 결국 생백신과 특이항원 백신이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 선진국들 중 특히 미국은 자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신약 및 백신을 허가한 전례가 없는데 생백신들은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부담이 가장 적으며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은 특이항원 백신들이다.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일시 중지 결정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월 22일에 개최될 예정인 미국 FDA 자문위원회미팅에서 데이터를 공개할 회사들 중에서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모더나와 화이자, 특이항원 백신을 개발하는 노바백스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다행히 이 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들의 효능이 매우 높으며 접종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이와 같이 100%가까운 효능을 보이는 백신을 널리 보급하면 우리의 일상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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