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4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료기관 현장에서의 혼란은 심각해 보인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단기적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규칙에 가족관계증명서 확인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서 부분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과 대한의사협회는 16일 '긴급진단-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향후 연명의료결정법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법은 어느 누구도 고통스러운 임종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법 취지를 가지고 탄생했지만, 현실과는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환자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이 90%인데, 실제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연명의료결정법은 본인이 법적 서식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것은 곧 의료현장에서 80% 이상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서류작성을 하지 못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먼저 연명의료결정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요건을 환자와 가족, 의료진, 서식, 전산화 4가지로 분류했다. 각각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임종기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이미 자신이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거나,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환자 본인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라면, 충분한 기간 동안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에 관한 환자의 의사에 대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볼 수 있다.
허 교수는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 보면, 임종기에는 실제로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연명의료를 결정할 때 보면, 가족들은 보통 환자에게 말하는 자체를 꺼려한다. 환자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고통인데, 서명까지 받아달라고 하니 제대로 시행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가 임종기에 있다고 이야기 했다가 잘못하면 환자가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여러 환자들은 왜 이 문제를 자신에게 묻냐며 가족과 상의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제16조인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조항이 의료진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의사들 간에도 환자의 임종기 판단에 대해서는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16조에 따르면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해당분야의 전문의 1명과 함께 판단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해야한다. 그는 "말기를 제외한 임종과정의 환자만 억지로 나누다보니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법 서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심평원이 보낸 수가 공문을 보면, 오히려 작성하지 않고 수가를 받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나온다"면서 "이 모든 것을 다 작성하려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더불어 심평원이 제공한 수가 항목을 보면 정말 많은데, 이것은 현장에서 경우가 수가 이렇게나 많으니 수가 또한 이렇게 주겠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허 교수는 연명의료정보 처리시스템을 이용할 때, 작성하고 등록하는 기관과 이를 확인하고 이행하는 기관 간 전산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아무리 썼다고 하더라도 이행하는 기관에서 볼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병원 내에서도 작성자와 이행자가 개별적으로 작성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만약 당직 콜을 받고 간 전문의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할 때 병원 공인인증서와 환자 주민등록번호 등 여러 가지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1~2분 내에 환자에 대한 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이렇게 다 하고 있느냐, 공인인증서가 왜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부터 연명의료법을 실시한 대만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사람에게는 마그네틱이 담긴 카드가 발급되는데, 해당 카드에는 환자의 정보가 다 들어있다. 허 교수는 "만약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쓰러졌다면, 이 카드만 이용하면 순식간에 연명의료 등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제대로 된 환자입장에서의 조치"라고 환기시켰다.
따라서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개선책으로는 현재 말기와 임종기로 나누고 있는 환자를 법으로 통합시키고, 진료지원시스템을 통한 전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명의료결정법 이전에는 연명의료 유보의 상황에서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을 실시했지만, 현재 법 시행 이후에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DNR을 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에 이 또한 법령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 교수는 "더불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에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판단서와 연명의료중단등 결정 이행서를 환자에게 직접 작성하는 부분은 불필요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서식은 없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면서 “가족관계증명서를 꼭 확인해야 하는 것 또한 법에는 없었으나 시행규칙에 넣었다. 이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의료계뿐 아니라 법조계, 윤리계 등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제도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복잡한 서류 작성 등 서식 문제와 관련한 현장의 불만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제도개선 이외에 전산화 문제는 시스템 고도화를 발주해 올릴 예정에 있으며, 연명의료결정법 대국민 홍보와 인식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과 대한의사협회는 16일 '긴급진단-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향후 연명의료결정법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법은 어느 누구도 고통스러운 임종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법 취지를 가지고 탄생했지만, 현실과는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환자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이 90%인데, 실제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연명의료결정법은 본인이 법적 서식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것은 곧 의료현장에서 80% 이상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서류작성을 하지 못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먼저 연명의료결정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요건을 환자와 가족, 의료진, 서식, 전산화 4가지로 분류했다. 각각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임종기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이미 자신이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거나,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환자 본인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라면, 충분한 기간 동안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에 관한 환자의 의사에 대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볼 수 있다.
허 교수는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 보면, 임종기에는 실제로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연명의료를 결정할 때 보면, 가족들은 보통 환자에게 말하는 자체를 꺼려한다. 환자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고통인데, 서명까지 받아달라고 하니 제대로 시행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가 임종기에 있다고 이야기 했다가 잘못하면 환자가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여러 환자들은 왜 이 문제를 자신에게 묻냐며 가족과 상의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제16조인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조항이 의료진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의사들 간에도 환자의 임종기 판단에 대해서는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16조에 따르면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해당분야의 전문의 1명과 함께 판단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해야한다. 그는 "말기를 제외한 임종과정의 환자만 억지로 나누다보니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법 서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심평원이 보낸 수가 공문을 보면, 오히려 작성하지 않고 수가를 받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나온다"면서 "이 모든 것을 다 작성하려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더불어 심평원이 제공한 수가 항목을 보면 정말 많은데, 이것은 현장에서 경우가 수가 이렇게나 많으니 수가 또한 이렇게 주겠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허 교수는 연명의료정보 처리시스템을 이용할 때, 작성하고 등록하는 기관과 이를 확인하고 이행하는 기관 간 전산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아무리 썼다고 하더라도 이행하는 기관에서 볼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병원 내에서도 작성자와 이행자가 개별적으로 작성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만약 당직 콜을 받고 간 전문의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할 때 병원 공인인증서와 환자 주민등록번호 등 여러 가지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1~2분 내에 환자에 대한 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이렇게 다 하고 있느냐, 공인인증서가 왜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부터 연명의료법을 실시한 대만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사람에게는 마그네틱이 담긴 카드가 발급되는데, 해당 카드에는 환자의 정보가 다 들어있다. 허 교수는 "만약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쓰러졌다면, 이 카드만 이용하면 순식간에 연명의료 등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제대로 된 환자입장에서의 조치"라고 환기시켰다.
따라서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개선책으로는 현재 말기와 임종기로 나누고 있는 환자를 법으로 통합시키고, 진료지원시스템을 통한 전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명의료결정법 이전에는 연명의료 유보의 상황에서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을 실시했지만, 현재 법 시행 이후에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DNR을 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에 이 또한 법령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 교수는 "더불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에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판단서와 연명의료중단등 결정 이행서를 환자에게 직접 작성하는 부분은 불필요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서식은 없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면서 “가족관계증명서를 꼭 확인해야 하는 것 또한 법에는 없었으나 시행규칙에 넣었다. 이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의료계뿐 아니라 법조계, 윤리계 등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제도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복잡한 서류 작성 등 서식 문제와 관련한 현장의 불만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제도개선 이외에 전산화 문제는 시스템 고도화를 발주해 올릴 예정에 있으며, 연명의료결정법 대국민 홍보와 인식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