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가운데, 전국 한의원에 한의진료 지침이 내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한의계는 효과가 있는 일부 한약제제에 대해 급여화까지 촉구하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의 확실한 예방백신과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정보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한의계에 따르면 전국한의과대학 폐계내과협의회(협의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한의진료 지침(제1판)'을 발표하고 전국 한의원에 배포했다.
한의진료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한약 치료 권고 내용은 예방과 증상 경감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예방 목적으로는 생맥산 복용이 고려될 수 있다. 협의회는 "임상적으로 고위험군에 있는 비감염자와 의료진에게 기음부족(氣陰不足)인 경우 생맥산을 예방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 증상 완화를 위해 연교패독산, 형개연교탕, 갈근해기탕, 생맥산 복용도 추천됐다. 연교패독산과 형개연교탕은 풍열증(발열, 오한 등 증상)에 응용되는 처방으로 발열 등 증상에 활용된다. 또한 협의회는 갈근해기탕은 진액고갈 상태에, 생맥산은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환자에 추가 처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의계가 이 같은 권고안을 도출한 배경은 한의학에서 발열, 기침, 인후통, 호흡기 증상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를 오래 이어왔다는 주장에서 나왔다. 특히 전염성을 가진 호흡기 질환에 대해 코로나19 중국 진료지침 6판에 따르면 청폐배독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치료방법은 발현 증상인 발열, 기침, 인후통, 페렴증상에 대해 수액 보충, 해열제 등의 보존적 치료인 대증치료 중심으로 이뤄진다. 예방백신이나 특이적인 항바이러스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한의학에서도 해당 대증치료가 수천 년간 이뤄져 왔다. 중국도 각 지역 진료 지침에 중의처방이 배포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한의협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폐배독탕과 마행감석탕, 은교산, 쌍황련 등 한약제제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의계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발병 원인과 정확한 치료방법이 모두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의계가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진료지침을 낸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한방 치료 효과는 의학적 관점에서 여전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한의협도 국가적 위기 상황을 첩약 급여화의 기회로 삼으려 드는 것은 전문가단체로서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세계적으로도 완벽히 입증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한의계 마음대로 효능이 있다며 진료지침을 낸 것은 부당행위"라며 “한방육성이라는 정책 하에 한의계를 옹호하는 복지부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학적으로도 새롭게 등장한 변형 바이러스에 기존 한방 치료법을 대입시키자는 한의계의 논리가 비과학적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소아감염병과 전문의)은 “눈으로 보이는 증상만 가지고 기존에 내려오던 치료방법으로 새로운 변형 바이러스를 치료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