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생 99%가 정부의 의대증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반대해 휴학 및 수업 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의료 정책이 강행될 경우 국내에서 환자 진료를 하는 임상 의사가 되겠다는 의대생의 비율은 10명 중 3명도 되지 않았다.
20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대생∙의학전문대학원생 대상 정기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에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전국 의대생의 80% 가량인 1만4676명이 참여했다.
증원 원점 재논의 98%∙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반대 99%…향후 행보 스스로 결정 96%
설문 결과, 13일 기준 휴학에 준하는 행동(휴학계 제출 또는 수업 거부)을 하고 있는 의대생 비율은 98.73%에 달했다.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대해서는 전면 백지화 이후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98.8%로 압도적 다수였고, 정부가 2025학년도에 한해 허용한 자율정원 증원(1506명)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1.18%, 2000명 증원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0.03%에 그쳤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매우 반대한다(80.4%), 반대한다(19.2%)를 합쳐 99.6%가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의대생들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로는 ‘의료시스템의 복잡성과 유기성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원인 진단’, ‘문제 해결에 필요한 방향이 빗나갔거나 기대 효과가 과장’ 등을 꼽았다.
또한, 의대생 89.1%는 학교와 교육부가 휴학계 수리를 막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으며, 휴학 및 수업 거부 등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의대생 본인이 결정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96.2%로 가장 높았다.
정책 발표 후 미래 진로도 크게 바뀌어…필수과∙국내 활동 꺼려
정부의 의대증원 등 의료정책은 의대생들의 미래 진로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수련이 필수라고 여겼던 의대생 비율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증원 발표 전 87.9%에 달했지만 정책 시행 시에는 필수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4.8%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 등 소위 필수과에 지원 의사가 있었던 의대생 비율도 정책 발표 전에는 70%나 됐지만, 정책 시행 시에는 8.2%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의사로 활동하겠다는 의대생의 비율도 정책 발표 전에는 96.5%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정책 시행 시에는 28.5%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의대생들은 지난 3월 의대협이 발표한 대정부 8대 요구안에 대해선 전 항목에 대해 99% 이상의 찬성률을 보이며 압도적인 지지 의사를 표했다.
8대 요구안 내용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 ▲의정 동수의 의정합의체 구성 ▲의료정책 졸속 추진 대국민 사과 ▲의료사고 소송 관련 현실 반영 제도 도입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 ▲의료전달 체계 확립 ▲수련환경 개선 및 자유의사 표현 권리 보장 ▲의대생 상대 공권력 남용 철회 및 휴학 권리 보장 등이다.
의대협은 이번 설문 결과에 대해 “학생들은 현 정부의 의료 정책과 기대 효과에 대해 의료현장과 큰 괴리감을 느끼고 있으며, 국가의 일방적 의료 정책 진행에 따른 의료시스템의 위기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이 포함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료시스템의 위기에 대한 원인 파악이 잘못됐으며,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심하시켜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의대협은 의료시스템 위기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며, 의료계 현장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진정성 있고 심도 깊은 논의가 원점에서부터 이뤄져야 함을 제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