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2일 국회 재난안전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외상(外傷)사고 등 재난 대책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 이송 과정에서 현장에서 환자를 살리려는 '진정성'에 구멍이 날 때가 많아 기준을 따르지 못한다고 했다.
아주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닥터헬기 지원 선정에서 떨어졌던 대신 경기소방본부의 협조로 소방헬기를 이용하고 있다. 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소방헬기를 통해 30분 이내에 환자를 데려온다. 환자에게 수혈을 하고 기관 삽관을 하고 수술 준비를 마치는 데까지 30분 이내로 걸린다. 이 교수는 “환자 이송부터 수술 시작까지 합쳐서 1시간 이내로 이뤄져야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헬기가 제대로 출동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이를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이날 헬기 출동 직전 한 구급대원이 갑자기 출동하지 않겠다고 돌아가는 장면을 국회에 공개했다. 당시 사고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해 빠른 출동이 필요했다. 구급대원은 이미 다른 곳에서 출동해 이 병원의 출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간혹 현장에서 국민 핑계를 대고 정치권 핑계를 대면서 헬기가 출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댄다”라며 “현장에서 여러 이유 등으로 저항감이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진정한 선진 사회라면 어떤 이유든지 간에 일단 환자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서울 강북 건물 옥상에 있던 헬기 이착륙장을 폐쇄하고 중랑천에 만든 문제도 지적했다. 당시 주민들은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을 넣어 헬기장이 폐쇄됐다. 헬기장은 중랑천 한복판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기는 비가 많이 올 때마다 잠기는 곳이라 여름철엔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헬기 이착륙장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소방본부는 중랑천 헬기 착륙장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장의 문제점이 윗선에서 국회로 보고될 때는 감춰진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회나 정부가 현장에서 일하는 말단 직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장을 점검할 때는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불시에 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는 “국회에서 정책을 세울 때는 불시에 현장을 점검하고 조직의 수장이 아닌 말단 대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외상센터에서는 매일 평균 4~5번에 걸쳐 헬기로 환자를 이송한다. 반면 지난해 우리나라 닥터헬기 출동 횟수는 하루 평균 0.7번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35%로 보고 있지만 병원 전단계 통계를 합치면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10%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외상센터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하드웨어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프트웨어의 어려움은 바로 진정성의 문제다”라며 “환자를 살리기 위한 진정성이 이 정도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매우 위험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보고선상에서 선진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끊임없는 재난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문제 해결 방안에서 핵심 가치에 접근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어떤 부처나 전문가 집단이 특정 사고를 계기로 조직이 이루려던 목표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난사고를 막으려면 하드웨어 개선과 제도 개선 외에 생명을 살리려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