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집단휴진과 집회를 포함한 단체 행동을 강행한다. 정부는 의협에 대화를 하자고 제안하면서도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2022년 최대 400명을 증원해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최대 3458명을 유지할 계획임을 밝혔다. 매년 400명의 정원은 정원은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산부인과, 일반외과 등 중증·필수 의료분야 의사 300명(지역의사제),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 50명, 의과학자 양성 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14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대로(출입구 11문)에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궐기대회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한 전국 의사들이 참여하며 서울(여의도) 뿐만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권역별로 개최될 예정이다. 부산은 부산시청 앞, 광주·전남은 김대중컨벤션센터, 대구·경북은 대구스타디움 야외공연장(서편광장), 대전은 대전역 등에서 일제히 이뤄진다.
14일 전국 의사 총파업, 의대생·전공의·전임의 참여에 학회·교수협의회까지 지지
이번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은 의대생을 비롯해 필수의료 분야를 제외한 전공의, 전임의 등도 총출동한다. 전문과목 학회들과 교수협의회도 전국의사 총파업에 지지를 보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11일 발표한 전공의 6100명(인턴 1560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94.8%(5849명)가 8월 14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 단체행동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임상강사들에게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도 869명 가운데 734명인 전체의 80%가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7일부터 14일까지 집단 수업 및 실습거부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헌혈 릴레이, 지역사회 혹은 비대면 봉사활동, SNS 캠페인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름 없는 의대생’ 50여명의 자발적인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의대생이 SNS를 통해 릴레이 1인 시위를 알리자 하루만에 20 여명의 의대생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초 제안자인 의대생 A씨는 "의료인이 될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와 26개 전문과목 학회는 11일 전문학회 의료계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4대악 의료정책의 즉각적인 철폐를 촉구하고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전문학회 의료계협의체는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강화하고 고착화시켜 의료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덕분에 캠페인의 주역이었던 의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의료계의 목소리에 반하는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책추진이다.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이 급선무임에도 이를 외면했다"고 밝혔다.
의료계협의체는 ▲졸속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즉각 철회 ▲비효율과 불공정의 산실이 될 공공의대 설립 계획 철회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철회하고 필수의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적으로 투입 ▲비대면 진료가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중단 ▲의료인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관협력체계 구축 운영 등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등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도 회의에 참석해 “의료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대전협도 힘을 합쳐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2일 성명서에서 “특정 의료 분야 10년 근무를 조건으로 한 의대 정원 증가안과 최소한의 의과대학설립기준을 파기해 부실의대를 만드려는 공공의대 설립안에 반대한다"라며 "전공의들이 진행하는 파업과 의과대학생의 수업 거부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2000년 의사 총파업의 원인이 됐던 의약 분업에 대해 아직도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초과학의 존립마저 흔들었던 의전원 제도의 실패도 아직 남아있다. 기초의학자 양성이라는 미명아래 정부에서 현실을 무시하고 추진한 8년제 의대 교육의 실패, 지역 국회의원의 공약으로 급조된 부실 의대인 서남의대 폐교 등 정책 실패로 인한 물적 정신적 손실은 누가 책임지나”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정부는 독주를 그만 멈추고 이제라도 공공의료를 포함한 국민건강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라며 “대한의사협회 역시 정부와 국민들을 위해 어떠한 결론이 가장 타당한지 고민해주길 바란다. 이미 모든 계획들이 정해졌는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파업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 의협에 대화 제안했지만 의대정원 증원 철회 없이 강행...병원협회·지자체 공감 얻어
보건복지부는 정책 수정 없이 대한의사협회에서 요구한 대한의사협회-보건복지부 협의체 구성·운영에 대해 수용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대정원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수차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의협이 원하는 정책 철회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12일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병원 진료시간 연장 등 집단휴진 가능성에 대비한 진료공백 방지 방안과 의사인력 확충 등 지역의료 격차 해소방안을 논의했다.
김 차관은 "의사인력 확충은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첫 걸음에 해당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지역의료격차를 완화할 수 있도록 지역의사 적정배치, 지역 가산수가 적용, 지역우수병원의 육성 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영호 병협회장은 “의료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해 의료인력 시장과 민간이 해결할 수 없는 점 분명히 존재한다"라며 “의대 정원 확대라는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의료인력난 해소에 희망을 안겨줬다. 지금이라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이날 경상북도 포항의료원에서 ‘지역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공동 간담회’를 주재하고 지역 의료인력 관련 의견을 청취하고 현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함인석 포항의료원장, 최순호 포항성모병원장,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 및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도 참석해 지역의 의사 부족 현실과 지역 보건의료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의견을 전달했다.
박 장관은 “의사 부족과 지역 불균형은 각 계에서 오랫동안 지적된 문제다. 정부는 비록 그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한 조치는 우선 취하되, 의료계와 소통하고 협의해 지역가산수가 등 지역의료 활성화 대책, 의료전달체계 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 근본적 해결방안도 함께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경북을 비롯한 지역 내 의사수가 충분하지 않고, 비교적 소규모의 의과대학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라면 지역의사제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는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1.4명으로 전국 16위이며, 인구 10만명당 의대정원은 1.85명으로 전국 14위로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가능 사망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코로나19 중증확진자 168명을 타시도로 이송하는 등 의료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항공대와 안동대에 의대 신설을 건의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국민권익위가 운영하는 국민정책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에서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정책 수립을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