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아동과 청소년에 특화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를 지역별로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이들에 대한 차별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제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1일 현안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 지원제도 개선방향을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는 나날이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아동과 청소년 정신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6년 22만 명에서 2020년 27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정신질환 병명별로 보면 운동과다장애(ADHD 포함), 우울증, 기타 불안장애,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 전반발달장애가 수진자 수에서 매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9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의 자살 현황을 살펴보면 자살자 수,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은 2015년 2.3명에서 2019년 3.2명으로 증가했다. 자살률은 2017년 소폭 감소하는 듯했으나 2018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위해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초기평가, 사례관리, 의료기관 연계 및 의료비 지원, 자살예방 등을 수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견해다.
국회입법조사처 박진우 입법조사관보는 "복지부의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정책은 의료비 지원을 제외하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과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다"며 "전혀 차별화가 없다. 전체 241개소의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아동과 청소년에 특화된 센터는 4개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주기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아동과 청소년에 특화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정신질환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조사대상이 만 18세 이상으로 국한돼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질환 유병률과 치료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박 입법조사관보는 "우리나라 정신질환실태조사엔 아동과 청소년이 제외되고 있다. 이는 이들에 대한 정신질환율이 정확이 산출되고 그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는 해외와 구별되는 특징"이라며 "정신질환은 빠른 초기 검진과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동과 청소년의 특성을 반영한 조사 기준과 방법을 적용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예방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동과 청소년에 특화된 건강복지센터와 재활시설이 드문 것도 문제다. 특화된 센터는 전국에 4개소, 시설은 전국 349개소 중 13개에 불과하다"며 "인프라의 급격한 설치는 불가능하겠지만 아동과 청소년 인구를 기준으로 권역별 설치를 통해 시설의 수도권 편중을 막고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학교 내에서 실시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입법조사관보는 "현재 학교보건봅에 따라 학생 정서와 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하고 사후관리를 하고 있으나 정신질환의 예방과 조기발견을 위한 방안은 없는 실정"이라며 "학교의 교육과정을 통해 정신질환 예방교육과 조기발견을 위한 상담을 제공하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