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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법 제정되면 바로 ‘위헌’ 결정될 것…정당성 없고 입법 목적 달성 못해”

    의협 주최 토론회서 법률 전문가들 "기존 법률 개정이 우선시…이견 많아 충분한 사회적 합의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2-04-04 03:40
    최종업데이트 2022-04-04 03:40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법률적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존 법령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독자적 법률을 제정한다는 측면에서 법 체계 정당성이 없고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3일 오후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진행된 ‘간호단독법 문제점 및 대체 방안 마련’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제 해결위해 기존 법령 개정이 통상적, 간호법만 이례적?
     
    사진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 한국의료법학회 엄주희 학술이사,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법령이 만들어질 때 유사한 분야가 있다면 이를 수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라고 설명했다. 법체계 정당성이나 예측가능성, 안전성 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즉 간호법의 경우에도 독자적인 법률 제정을 고려하기 전 기존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입법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면 기존 법률 개정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조 변호사는 "입법적 측면에서 기존 법률을 보와날 것인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데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이나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 이미 규율돼 있는 부분이 대다수"라며 "인력 문제와 처우개선 등 해결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기존 법률 안에서 해결이 가능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현장엔 의사와 간호사 이외 많은 인력들이 혼재해서 팀을 이뤄 일을 한다. 이들이 적용받게 되는 적용법령은 상호 모순되지 않고 통일된 해석이 가능해야 한다. 기존 법률들과 중복되거나 상충돼 애매한 해석을 해야 한다면 새로운 법 제정은 상호 모순적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률 전문가들은 업무범위에 대한 부분이나 다른 법률에 비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위헌적 요소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이로 인해 법안의 입법목적 또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료법학회 엄주희 학술이사는 "우리나라처럼 의료인들을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체계안에서 간호사만 따로 빼서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 정당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본다"며 "입법목적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하고 행정조직의 방만, 국가 예산의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조진석 변호사는 "의료법 등이 존재함에도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된다. 또한 다른 법과 다르게 규정돼 업무범위가 중첩적으로 이뤄지거나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을 규정하는 조항도 상치되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업무현장에서 구성원들의 혼란이나 불가피한 업무충돌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이는 명백히 위법적 사항으로 볼 수 있고 유기적인 업무수행도 방해할 수 있다. 위헌적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업무범위와 관련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고려해도 업무범위가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기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업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간호법 안에 간호 등 단어에 대한 의미나 정의 등 기본적인 것들도 명시돼 있지 않아 신뢰와 명확성 등도 떨어진다"고 해석했다.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도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는 데 있어 사회적 합의는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런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전 변호사는 "행정법 제정에도 50년이 걸렸다. 통상적으로 법 제정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견이 많기 때문에 최종 입법이 이뤄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반면 의료가 행정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적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간단히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 단체를 제외하곤 모든 의료계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 제정이 추진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 간호사들의 희생이 컸으니 처우개선을 해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는 헙업과 팀워크가 중요한데 간호사만 따로 처우를 개선하고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법안의 시급성에 맞지 않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간다"고 덧붙였다.
     
    의협·간무협·응급구조사협, 모두 한목소리 "간호법이 대안 아니야" 

     
    사진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동환 기획실장.

    이날 심포지엄에선 다양한 의료직역 단체들이 모여 간호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가 단독진료를 할 수 있게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단순한 처치라도 환자마다 사례가 다르고 부작용이 상이하다"며 "정맥주사도 간단해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괴사하거나 절단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환자에 따라 처방과 진단도 달라져야 한다. 이런 부분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간호사가 혼자 진료를 수행하게 되면 문제가 커지고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동환 기획실장은 "간호법만이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현재 발의된 간호법엔 간호조무사들이 완전히 배제돼 있다. 간호조무사협회의 요구 또한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 법이 제정되면 오히려 간호조무사들의 지위는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도 "간호법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포장돼 있지만 이데올로기의 문제라고 본다. 간호사들이 진료의 일부를 수행하고 필요한 의사의 업무를 떼주는 의미"라며 "간협은 간호법을 제정한 타 국가들과 비교하는데, 법률 체계가 다른 국가와 1대1 비교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은 간호법 대신 바람직한 대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문 실장은 "간호법 제정 대신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간호사 관련 수가 인상과 보건의료 인력 통합 지원대책 마련 등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며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활성화와 통합적인 면허와 자격 관리체계 확립도 대안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