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를 위해 미래 의료에서의 의사 역할은 빅데이터를 해석하는 역량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미래 의료가 '2018 바이오융합 학술 심포지엄'에서 소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혁신 성장과 바이오융합'이라는 주제로 한양대학교 의생명공학전문대학원과 바이오융합연구원이 주관했다.
유전체 빅데이터 이용한 정밀의료 현실화
고려의대 혈액종양내과 김열홍 교수(고대안암병원)는 현재 진행 중인 K-MASTER 사업단의 암 분야 정밀의료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사업단은 정밀의료 기업으로서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아래 국가 혁신성장동력프로젝트로 빅데이터를 통해 정밀의료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정밀의료란 유전체 정보와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분석해 환자의 특성에 알맞는 치료방법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뜻하는 말로 2009년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의 저서 'The Innovator’s Prescription'에서 처음 쓰였다. 의료기술과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암 질환 치료법의 40%가 항암치료다. 정밀의료는 암환자들의 빅데이터를 통해 환자 별로 암세포를 분석해 약을 투여하는 것"이라며 "암정밀진단 사업은 빅데이터 구축으로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적절한 모형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지난 7월 시작된 고대 K-MASTER 사업단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려 사실상 지난해에는 유전자 분석결과를 얻지 못했다. 사업단은 정책 추진이 처음이고 제 3자 활용과 동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각 병원과 계약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33개 병원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서 환자들이 본인의 유전체 샘플을 제공하고 이익을 누리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 식도암 환자는 3가지 방법의 항암치료가 모두 실패해 더 이상 다른 치료법이 없던 상황이었다. 환자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고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정밀 의료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이를테면 위암환자 1000명을 분석했더니 어떤 유전자가 나왔다고 하자. 유전체 빅데이터로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를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 종류별로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암 유전체를 분석 활용해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고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필요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체,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활용해 보니 질병 예방 역할
전신홍반루푸스와 류마티스관절염의 유전체에 대한 정밀의료도 소개됐다. 유전학적인 특성을 발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양의대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는 "전신홍반루푸스와 류마티스관절염를 어머니와 딸, 자매 간에 앓는 경우가 있다. 유전학적으로 상당히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고 봐서 두 질환에 대한 연구를 같이 하고 있다"고 말문을 뗐다.
배 교수는 "똑같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인데 환자마다 예후가 다르다. 10년 뒤에 보면 한 사람은 인공관절 수술을 5번 받았고, 다른 한 사람은 약물치료만으로도 나았다. 또 같은 루푸스 환자인데 소아일 때와 성인일 때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 교수는 "유전체 검사로 유전으로 인한 질병을 진단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약제를 적용해 치료할 수 있다. 정밀의료는 약제 개발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질병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의료에서 의사 역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것
미래의료에서 의사 역할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가천의대 혈액종양내과 안성민 교수(길병원)는 "정밀의료는 간단히 말하자면 개인적 차이를 고려한 새로운 의료적 접근법이다. 정밀의료의 한쪽은 유전체, 다른 한쪽은 빅데이터가 맡고 있다"며 "앞으로 의사의 수는 조금 늘겠지만 의사가 하는 일의 80%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할 질문은 '의사가 낫냐, 인공지능이 낫냐'는 질문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80%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안 교수는 "내과, 외과 등 전문성이 강조된 것이 현재 의사의 모습이라면 미래 의사의 모습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며 "의료진이 걱정하는 것처럼 개별의사의 역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안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은 도입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떻게 협업할지, 병원 내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어떻게 작업 흐름(workflow)을 만들지 등이 앞으로 과제"라며 병원과 의료계가 앞으로 고민해야할 부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