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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기관 강제지정 철폐가 답이다

    [칼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의료공급자 선택권 보장하는 단체계약제로 전환 필요

    기사입력시간 2017-10-16 01:26
    최종업데이트 2017-10-16 18:1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지난달 의협에서 개최된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모 관리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게 의료계에 유리한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자 체제인 만큼 건보공단의 권한이 막강해 계약을 빌미로 의료기관 솎아내기도 가능해진다"는 협박성 멘트에 이어 "특히 당연지정제 폐지가 실현 가능한 이슈인지 생각을 좀 해보라"는 지적까지 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온갖 모순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인 강제지정 보험제도 통제 하에서 임종 선언만 남겨놓고 있는 의료계로서는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가 보장성강화의 일환으로 소위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까지 밀어붙이는 형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의료계도 한국의료제도 모순의 원흉인 강제지정제 폐지를 최우선 당면과제로 삼아야 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온 듯하다.
     
    헌법소원 등의 법률투쟁이던 배수의 진을 치고 사 즉 생의 정신으로 막판투쟁을 벌이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철폐하고 의료공급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단체계약제로 전환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얼치기 사회주의 의료주의자 등의 반론을 예상하자면, "강제 지정제가 철폐되면 공단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의료기관 만을 선별 계약하게 돼 의료기관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갖게 된다. 이는 오히려 보험자나 가입자단체 등이 주장해야 할 내용이다"일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위 복지부 관리의 말과 그 내용이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대로라면 이는 선별적 강제지정제이지 진정한 의미의 계약제가 아니다. 또한 이는 지구상 건강보험 계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어디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며 궤변이고 문제의 본질을 짚어 개선을 주장하는 의료계의 주장에 위기감을 느껴 공공연히 협박을 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강제지정제가 철폐되고 계약제로 전환되면 의료계는 당연히 단체계약방식을 쟁취해야만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강제지정제가 철폐되고 계약제가 도입되면, 그 계약의 내용은 단순히 수가에 한한 것만이 아니라 상호평등의 원칙하에 보험자와 공급자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권리와 의무 사항이 계약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강제지정제 철폐는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현 제도의 온갖 모순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것과 같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단체 등의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의료계가 요구하는 형태의 계약제보다 선별지정 되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크니 강제지정 철폐 주장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의료계 일부의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의권 투쟁에서 작은 승리마저도 맛보지 못한 탓에 나오는 패배주의적 사고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의료보장 혹은 보험의 형태는 크게 NHS 와 NHI 로 구분되는데 NHS는 재원 확보를 조세제도를 통해 하고, NHI 는 보험료로 운영된다. 그러나 NHS를 채택하고 국가나 지방정부가 대부분의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등 의료사회주의 국가에서 조차도 사설 병·의원(private clinic, private hospital)이라 해서 NHS에 편입되지 않는 예외적 의료기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의료공급자 100% 건강보험 강제지정은 충분히 위헌적이다.
     
    과거 해당사안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비록 합헌결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판결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일부 비보험·비급여의 존재가 의사들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자유 시장경제 원리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헌법적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의 결정이었다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보장성강화 변수가 새로 등장한 현시점에서의 법적투쟁 재개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잘못된 의료제도의 모순은 환자와 공단, 나아가 환자와 국가 간의 갈등으로 표출됨이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모든 의료제도 관련 갈등을 환자와 의료계의 몫으로 돌리는 간악함에 항거하기 위해서라도 강제지정제는 폐지돼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민간의료를 사실상 공공재로 징발해 사용하면서도 의사양성과정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개선의 첫 단계가 강제지정제 폐지이다. 이를 위해 의료계는 강제지정제 철폐 및 단체계약제 관철을 목표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사설 민간의료기관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모두 인수하고 의사들을 고용하는 명실상부한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을 도입하고 향후 의사양성도 국가에서 책임지라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요구에 정부는 묵묵부답일 것이지만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사들의 올 곧은 주장은 계속돼야 하고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 요양기관 강제지정 철폐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