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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 약침액 '유죄판결' 3가지 의미

    [인터뷰] 법무법인 지우 장성환 변호사

    기사입력시간 2016-08-24 07:02
    최종업데이트 2016-11-25 11:19


     
    "약침학회 사건 판결은 약침액이 분명한 의약품이고, 의약품을 무허가 제조하는 것은 굉장히 큰 위법이라는 것을 보여준 상당히 의미있는 판결이다."
     
    장성환 대한의사협회 자문 변호사(법무법인 지우/사진)는 22일 기자와 만나, 최근 '유죄' 판결을 받은 대한약침학회(대한한의사협회 산하 학술단체)의 약침액 생산‧판매 사건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는 지난 12일 270억원 상당의 약침을 불법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약침학회 강모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1억원을 선고했다.
     
    장성환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의 약침학회 고발 이듬해인 2012년부터 이 사건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왔다.
     
    이번 약침학회 판결은 국민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의약품'의 제조‧판매에 대한 사건이라는 점과 최초 고발 후 무려 5년만에 선고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장 변호사는 "그 만큼 법원이 신중하게 판결했다는 의미"라며 "판결문을 보면 약침학회의 주장에 대해, 제조사실 및 사실관계를 일일이 판단‧명시했다. '약침액 생산'이 '의약품 제조'가 아니라 '조제'라는 약침학회 주장의 논리를 배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판결의 주요 의미와 법리적 쟁점을 3가지로 꼽았다.
     

    '제조'냐 '조제'냐
     
    재판의 가장 주요한 법리적 쟁점은 '약침액 생산이 의약품 제조행위냐'였다.
     
    검찰은 '그렇다'고 봤고, 약침학회는 이를 부정하며 '한의사의 치료용 약침액 직접 조제 행위'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약침액을) 대규모로 생산했다는 것"이라며 "즉 판결문에 명시된 것처럼 이 사건의 약침액 생산은 일반적인 수요에 응하려는 것이지, 특정인의 특정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조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약침학회는 식약처로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약침학회 건물에 무균실·감압농축기·건열멸균기·동결건조기·균질기·팔강추출기 등 약침액 제조시설을 갖췄다.

    이 시설을 통해 7년 간(2007년 1월~2012년 12월) 270억원 상당의 약침액(52종류) 386만cc를 제조한 후 전국 2200여곳의 한의원에 제조한 약침을 판매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 '제조'와 '조제'의 개념 구분인데, 그것을 명확하게 정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허가 의약품 유통은 매우 무거운 범죄
     
    또 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할 의약품이 무허가 유통되는 것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엄중하게 판단했는지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이 사건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약품 제조 등)'이라는 무거운 범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리고 법원은 약침학회 강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1억원의 형을 선고했다.
     
    장 변호사는 "약침액은 의약품인데 당국의 관여를 전혀 안 받고 제조했다는 것은 굉장히 무거운 위법사항"이라며 "대규모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려면 그 하나하나에 대한 효과‧안전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즉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에 관한한 관리당국이 엄격하게 검증 후 유통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1심과 크게 다른 판결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약품 유효성, 간과하면 안돼
     
    다만, 약침액 유통의 안전성 측면뿐 아니라 '유효성'조차 검증안된 의약품이 대량 유통됐다는 점을 더 각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조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선고의 이유로 "피고인이 제조한 약침액이 실제 건강에 유해하거나 실제 피해사례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을 꼽은 바 있다.
     
    장 변호사는 "유효성이 검증 안된 의약품의 유통은 사회적 낭비"라며 "270억원치 유통된 약침액이 효과는 있는 약들인지, 그렇지 않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큰 건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침술 자보수가, 전부 환수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적어도 약침액의 제조‧유통에 관한한 무한 영향을 미칠 것이이라는 판단이다.
     
    또 약침술을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적용, 그동안 제공했던 수가를 모두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3년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전부개정하면서 '한방 시술 및 처치료'에 약침술과 추나요법을 추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국의사총연합은 "약침은 효과와 독성에 대한 완벽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자보수가에 등재하면 안된다"고 주장해 왔고, 이번 판결 후 대한의사협회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개정 시 포함된 약침술에 대한 진료수가 기준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 변호사 역시 "이번 판결대로라면 약침액은 부정의약품이니 모두 환수해야 한다"면서 "효과도 검증 안된 약을 복용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