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소영 인턴기자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제12기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가 15일 확정됨에 따라 18일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의 1차 수가협상이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19로 의료계 역시 경기 침체 상황을 몸소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의료 협상이 타결될 지 주목된다.
의료 수가에 대한 협상은 매년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제한된 건강보험 예산을 6개 공급자 단체가 나눠가는 탓에 협상이 결렬될 때가 많다. 특히 의원 유형의 경우 지난 5년간 협상 결렬되며 4% 이상의 물가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대의 인상률을 적용 받는 것이 웃픈 현실이다. 불합리한 의료 수가 책정이 이뤄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건보 재정의 부족 때문이다. 건보 재정 수지는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나 감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결과’에 따르면 건보 적립금은 앞으로 7년 사이에 완전히 고갈된다고 한다. 건보 재정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건보료율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민심과 법적 상한폭을 생각한다면 견보료율을 쉽게 증액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건보 재정 흑자는 보험료 수익 부분 증가로 인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어 가입자 입장에서는 흑자로 인한 수가 인상이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은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규정에 따라 국고에서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마다 법정 지원금을 채운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지난 12월 만료되었던 국고지원 일몰기간이 그나마 5년 연장돼 건보 재정의 붕괴를 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부족한 예산으로 모든 보험료 사용처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적정 의료 수가를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바람직한 의료 수가 책정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재정 자체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금은 말라가는 건보 재정을 메우는 생명수로, 건보 재정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국고 지원에 대한 일몰 규정을 삭제하고 정부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은 국고 지원에 대해 정부가 '해당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보 재정에 지원해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고 지원 기준을 강화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 제도를 택한 일본, 대만, 프랑스와 같이 국가의 재정 지원 비중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 예산 확보를 위한 행정·입법부 단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정위원회 문제도 있다. 재정위는 수가협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재정위는 모두 가입자 단체로 구성돼 수가 협상을 위한 예산을 책정할 때 공급자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제12기 재정위는 구성이 늦어진 탓에 본격적인 협상 전 수가협상의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공유되지 않아 가입자의 협상 전략이 예측불허한 상황에도 처했다. 이에 따라 공급자 입장에서 깜깜이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수가 협상의 근거로 삼는 SGR (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모형 또한 매년 문제를 지적 받고 있다. SGR 모형은 의료비의 지나친 증가를 제한하는 데만 목표를 잡다 보니 의료 서비스의 질을 반영하기 어려워 미국에서도 2015년 영구 폐기된 모델이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개선 모형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언제부터 수가협상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SGR 모형의 개선은 물론 우선적으로 공급자 단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위에 포함돼 수가 협상에 의료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기화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폐업, 원가 이하의 수가로 인한 필수 의료 기피 현상, 소아과 폐과 선언까지 많은 의료인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의료의 가치와 진료 비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 수가가 책정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