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잇따른 의료진 이탈로 위기에 처한 보훈의료를 구하기 위해 보훈병원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훈의료 정책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보훈병원을 의료인이 중심이 돼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산하 기관인 6개 보훈병원에 경영을 책임져 왔는데, 의사 결정 과정 등에서 의료 분야와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의료인이 배제되면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이는 타 병원 대비 낮은 급여 등과 맞물려 의사들의 대거 이탈, 환자들의 진료 대기 기간 증가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보훈의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제자로 나선 심홍방 전 중앙보훈병원장은 “병원은 전문가 영역이라는 특성이 뚜렷한 조직이다. (병원 내부에서는) 독립적인 결정권과 의료인에 의한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며 “병원장은 공단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단과) 의료진의 소통이 어렵다. 이게 의료진 불만과 이탈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인 병원장들 손발 묶여…장기적으론 국가보훈의료원체계로 가야
이에 전문가들은 보훈병원의 책임경영제 도입을 제안했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는 “책임 경영제를 하지 않으면 열심히 해보려는 유인이 없다. 이건 공공병원의 근본적 한계에 해당하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보훈부가 잡고 있을 게 아니라 병원에 맡기고 잘못이 있을 때 책임을 묻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했다.
중앙보훈병원 하상원 교육수련실장은 “훌륭한 병원장들을 모셔놓고 손발을 묶어놓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산, 인사 등에 재량권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의대 나용길 교수(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비상임이사)은 보훈병원의 경영 자율성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국가보훈의료원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병원장의 인사·예산 권한을 더 확대하는 병원장 책임 경영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확대될 예정“이라며 ”종국에는 6개 보훈병원을 총괄해 중앙보훈병원과 지방보훈병원의 간극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보훈의료원 체계로 가야 한다. 이제는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라고 했다.
우수한 의료진을 유지·확보하기 위해 타 병원 대비 낮은 의사 급여, 짧은 정년 등의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 전 병원장은 “보훈병원은 민간 시장과 달리 임금 조정이 어려워 타 병원에 비해 기본급이 낮다”며 “보수 수준 외에도 정년이 60세로 타 병원 65세에 비해 짧다. 논문, 학회, 임상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적은 실정”이라고 했다.
나 교수는 “보훈병원이 총액인건비 규제 예외기관 지정될 수 있도로 계속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 정년 연장도 해야 한다”며 “특수목적 상급종합병원 지정 문제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과 연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보훈공단 “병원 독립채산제 어려워…이사회·병원장 회의 활성화할 것”
이같은 전문가들의 제안과 관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독립채산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6개 보훈병원장들과 소통을 강화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하유성 기획이사는 “의료원 체계와 관련해서는 하나는 의료원 체계로 6개 병원과 위탁병원을 아우르는 하나의 의료체계로 하는 방식이 있고 다른 하나는 6개 병원이 별도의 독립채산제로 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보훈병원마다 재정 상태, 병상 및 직원 규모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독립채산제로 가면 이걸 해결할 길이 없다“며 ”또 보훈부, 기재부와 독립된 의료원이 별도로 상대해야 하는 거버넌스 상의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 이사는 ”그래서 6개 보훈병원과 본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는가가 과제다. 두 가지 방안이 이사회와 병원장 회의“라며 ”지금처럼 병원장들이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병원장 회의의 경우 지금까지 활성화하지 못했는데, 공단 이사장과 중앙보훈병원장이 새로 취임했기 때문에 분기별로 한 번씩 회의를 열어서 현장과 본사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