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 동원된 의사가 전염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영구장애를 입었다 해도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모 일간지 기사다.
이 매체는 '이 판결대로라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에 동원돼 병에 걸린 의사들 역시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어서 의료계의 불안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전 공중보건의 최 모 씨(33)가 '보건지소에서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사경을 헤맸고 영구적인 장애까지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는데 1심에 이어 2심에서 패소했다는 것.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최 씨는 당시 전국을 강타한 신종플루 의심 환자들을 진료하다 자신이 고열에 시달리는 등 신종플루 의심 증상을 보였고, 동료 공중보건의사가 처방해 준 타미플루를 복용했다.
하지만 60여 시간이 지난 뒤 발견됐지만 이미 상당한 뇌손상과 치아 손상 등 영구장애를 입었고, 의사로서 생활하기도 힘들어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기사는 두 가지 중요한 팩트(fact)를 빠뜨렸다.
하나는 공보의가 의사가 아니라 '치과의사'라는 점이다.
또 하나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9월 1일부터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60시간 후 발견된 16일까지 해당 보건지소에서 치과치료를 받은 환자가 모두 3명이었는데, 신종플루에 감염되거나 감염 의심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법원은 "원고가 당시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거나 신종플루가 원고의 급성뇌수막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매체는 이런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이 판결대로라면 메르스를 치료하다 감염된 의사들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대못을 막았다.
이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본 기사 중 가장 기분 나쁘다"
"감염 위험의 최전선에서 불철주야 고생하는 여러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자기 몸은 알아서 잘 챙기세요. 이 나라가 이렇다"
기사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또 다른 매체는 '메르스 공포 확산, 대형병원 의사 4명 갑자기 사표'라는 제목을 뽑았다.
제목만 읽어본 독자들은 우리나라 대형병원 의사들이 메르스에 감염될까 사표를 낸 것으로 오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기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12년 9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래 약 900여 명이 감염됐고,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와 간호사 가운데서도 사망자가 나오면서 대형병원 의사 4명이 치료를 거부하며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제대로 낚인 것이다.
한 의사는 페이스북에 "기자들이 썩어빠져서 조회수나 올려보자고 중동 기사를 우리나라인 것처럼 저따위 제목을 냈다"면서 "전문을 다 읽어야 중동인걸 알았다. 이런 관행 처벌 안되나"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