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오는 9월부터 본격 실시되는 수술실 CCTV 법에 대한 불안이 쏟아져 나왔다.
당장 수술방에서 수련을 받아야하는 전공의들은 제대로 된 수련이 가능할지에 대한 불안감 속에 향후 전공의 지원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고, 병원장들은 수술실에 필수가 된 진료지원인력(PA)의 허용 업무범위 논란이 일단락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 대리수술 논란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CCTV 예외…전공의 수련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중증질환 수술일 경우
대한외과학회가 19일부터 20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20일 열린 정책세션에서 수술실 CCTV가 화두에 올랐다.
외과학회 이우용 전 이사장이 정책세션 질의응답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시행될 때까지 몇 개월 남지 않았다. 시행령에 따라 9월부터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야 하는데 의료 현장의 우려가 크다"고 화두를 꺼냈다.
이 전 이사장은 "복지부 시행령에 따르면 응급환자 수술을 하는 경우, 중증질환을 수술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등 예외 사항이 담겼지만 여전히 우려가 크다"며 "특히 상급종합병원들은 중증질환이 제외돼 다소 한숨을 돌렸지만, 대신 2차 병원에서 수행하는 수술들은 모두 CCTV 촬영 대상이 돼 이번 법 시행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전공의와 2차 병원장에게 수술실 CCTV 의무화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실제로 복지부는 올초 수술실 CCTV 촬영 거부 사유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응급환자 수술하는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 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 시행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천재지변,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 6가지 촬영 거부 가능 상황을 규정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CCTV 설치 시 발생하는 설치비 문제, 예외조항에 포함된 문구의 모호한 해석 등을 지적하며 여전히 해당 법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 "전공의 책임 물을까 불안"…병원장 "불법 PA 논란 불거질까 우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서연수 외과 전공의는 "전공의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이 팽배하다. 전공의들은 간단한 수술에 참여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련을 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수술방 CCTV로 감시 당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 것 같고, 수련 중 발생한 상황에 대해 전공의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면 수술방에서 전공의의 역할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서 전공의는 "수술실 CCTV 시행 자체가 외과 전공의의 지원율이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원장(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 회장)은 3차병원은 물론 2차병원에도 만연한 수술실 진료지원인력 일명, PA(Physician Assistant) 운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정 원장은 "현재 간호사 출신의 진료지원인력들이 수술실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의사들은 수술실에서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하며 진료지원인력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수술실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수술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의사가 현장에서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지원인력의 합법적인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촬영이 시작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나, 고민만 할뿐 대책은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특히나 이 법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문제로 촉발된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욱 예민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원장은 또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해결책 없이 수술실 CCTV 법이 시행되면 수술실에 필요한 의료인력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로 인한 병원의 부담 등도 굉장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