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딥메트릭스(DeepMetrics) 송현오 대표는 구글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강화학습의 세계적인 대가로 꼽힌다. 그런 그가 지난해 2월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업에 뛰어들었다.
강화학습은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처럼 특정 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딥메트릭스는 강화학습을 의료에 접목해 단순히 질병 예측을 하는데 그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환자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딥메트릭스가 가장 주력하는 연구는 광혈류 측정신호(PPG)와 산소포화도 기반 부정맥 예측 AI와 인공호흡기 자율주행 AI다. 송현오 대표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딥메트릭스는 대량의 데이터에 존재하는 패턴을 머신러닝·수리통계적 분석으로 해석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연구에 기반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딥메트릭스는 지난해 최초의 의사 VC(벤처캐피탈) 심사역인 IMM인베스트먼트 문여정 상무와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인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 신한캐피탈로부터 총 1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회사의 기술력과 잠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의료 전문성이 있는 VC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송현오 대표는 손 꼽히는 인공지능 전문가다. 의료를 잘 이해하고 의료에서 중요한 문제에 이런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관건인데, 공동 창업자인 서울대병원 고영일 교수의 도움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잘 정의했고 좋은 파트너들을 통해서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까지 확보했다"라며 "의료 인공지능 회사가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을 두루 잘 갖춘 회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화학습 연구 거듭하다 인공호흡기 자율주행 등 의료 문제 해결 가능성 확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거듭해서 연구를 진행해왔다. 창업은 어떻게 시작했나.
지금은 AI시대가 도래해 전공불문하고 AI가 파급되고 있지만, 2008년 머신러닝 분야로 UC버클리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과정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AI는 컴퓨터공학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분야였다. 2015년 알파고가 나오고 AI 이론이 곧 실생활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구글 본사에서 1년 6개월 정도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이론적인 연구를 했지만 실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당시 실생활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끌어오면 비슷한 장소나 물건을 찾아주는 AI를 연구했다. 구글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론적인 연구도 나름대로 가치도 있고 좋지만 실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야말로 크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창업의 결심으로 이어졌다.
-전문 연구분야가 강화학습이다. 이전의 인공지능 연구 분야와 무엇이 다르며, 의료에는 어떻게 접목하나.
강화학습은 단순히 AI로 예측하는 게 아니라 선택 가능한 행동을 제시해 지속적으로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 즉 한번 결과를 예측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고 결과가 다시 피드백을 낳고 어떤 행동을 다시 하게 만든다. 바둑을 두거나 자율주행에서도 상호작용을 위해 강화학습이 쓰인다. 자율주행을 하는 스타트업은 많이 생겼지만, 대신 너무 많다 보니 레드오션이 돼버렸다.
공동 창업자인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를 통해 현재 해결하지 못하지만 임팩트(impact) 있는 다양한 의료 AI 문제를 정의했고, 특히 강화학습을 의료 분야로 한정해 차별성을 도모했다. 가령 인공호흡기가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강화학습에 응용할 수 있다. 강화학습으로 의료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특정 진단 결과를 예측한 다음에 지속적으로 개입해서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있다. 자율주행차로 운전을 할 때도 앞에 화면이 있고 현재 상태에 따라 운전을 조절하는데,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안전하게 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회사는 우선 광혈류 측정신호(Photoplethysmography, PPG)로 부정맥을 예측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등으로 쉽게 판독할 수 있는 산소포화도와 PPG 수치로도 얼마든지 위험을 탐지하고 이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인공호흡기 자동 조정을 위한 AI 소프트웨어다. 코로나19 때문에 인공호흡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인력은 한정돼있고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부족하다. 인공호흡기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PPG로 부정맥을 예측하는 연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PPG 센서를 가지고 있다면 연속적으로 산소포화도와 혈류 측정이 가능하다. 부정맥은 보통 심전도로 진단하는데 가슴에 패치를 붙이고 있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부정맥 증상이 항상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서 특정 시간에 측정하지 않으면 쉽게 진단할 수 없다.
PPG 측정을 통해 심방세동을 비롯해 8개 부정맥 타입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일단 매사추세츠(MIT)의대 등이 내놓은 공신력 있는 오픈데이터셋을 이용해 1000여명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레이블링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와 함께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웨어러블 시계, 반지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PPG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많이 나왔고 병원에서 쓰는 측정 장비에도 소프트웨어를 붙일 수 있다.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AI로 진단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심전도 신호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앞으로 1년 정도 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할 것이다.
인공호흡기 자율주행 연구에 주력...호흡기내과·마취과 CMO 모집
-현재 회사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인공호흡기 자율주행 연구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때 의료진이 환자의 폐 상태, 활력징후 등을 관찰하고 산소농도, 호흡주기, 최소압력, 최대압력 등을 설정할 수 있다. 환자의 의식이 돌아온다면 인공호흡과 자발호흡이 폐손상 없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회사가 앞으로 가장 주력할 분야이다. 마침 서울대병원과 공동 수주한 보건산업진흥원 과제가 인공호흡기 자율주행이기도 하다.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등 여러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호흡기 사용에도 다양한 변수가 많고 데이터 상에 노이즈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해 내기 위한 데이터 클리닝을 진행하고 별도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소프트웨어 제품화를 해나갈 것이다. 환자 대상으로 알고리즘 검증을 1년간 진행하고 그 다음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까지 진행할 것이다.
인공호흡기에 탑재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AI 전문가는 물론 의료 전문가가 두루 필요하다. 특히 호흡기내과나 마취통증의학과 등 중환자의학을 다룰 CMO(Chief medical officer)를 모시고자 한다.
-아직은 시드 투자 단계로 진행했다. 추가 투자 유치 계획이 있나.
지난해 15억원 상당의 시드(seed) 투자를 받았고 정부 과제로 추가 15억원을 받았다. 강화학습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올해 말이나 내년쯤 후속으로 시리즈A 투자를 받은 다음에는 의사와 간호사, 연구원들을 대거 채용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환자의학을 다룰 CMO를 뽑기가 쉽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갖고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AI 강화학습의 트렌드는 어떻게 될까.
최근 오프라인 강화학습, 자기지도 강화학습, 메타 강화학습 등 새로운 강화학습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기존 보다 처음 보는 환경과 더욱 강건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의미의 에이전트 강화학습 방법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지난 12월에 세계적인 수준의 성능을 보이는 오프라인 강화학습 알고리즘에 대한 논문을 AI 분야 최우수 학술지인 NeurIPS(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 2021에 게재하기도 했다.
-회사가 가장 유망하고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딥메트릭스의 오프라인 강화학습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최고 실력을 가진 팀을 꾸렸다. 세계적인 연구를 통해 검증을 거쳐 전 세계인들의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수한 의사와 연구자들을 많이 모시고 싶다. 의료 분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은 어렵지만 그만큼 도전이자 비전, 그리고 앞으로 의사와 환자에게 미칠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송현오 딥메트릭스 대표이사
UC버클리대 컴퓨터과학 박사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박사후연구원
구글 리서치 연구원
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UC버클리대 컴퓨터과학 박사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박사후연구원
구글 리서치 연구원
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