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때 아닌 과학방역 논란이 일었다.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달리 과학방역을 강조하고 있지만 포장지만 달라졌지 다른 점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질병관리청 백경란 청장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구성이 결정적 차이라고 답했지만 오히려 야당 의원들은 자문 과정에 차이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백 청장이 역풍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은 전임 정은경 청장을 '이순신 장군'에, 백경란 청장을 '원균'에 비유하면서 백 청장의 답변 태도와 신뢰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외 보건복지부 장관 공백과 의대설립 문제,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의료법 위반 등 논란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중 정부는 의대신설에 대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특별히 강조했다.
민간 전문가 자문 역할은 똑같은데 왜 과학방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일 오전 후반기 첫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복지부 장관은 공석인 관계로 이기일 제2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이날 회의의 주된 화두는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이었다.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 정책을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하면서 과학방역을 주장하고 있는데 골자를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국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각자도생 방역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는 게 야당 의원들 비판의 핵심이었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도대체 윤석열 정부 과학방역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50대 4차접종을 권고하고 치료병상과 치료제 처방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새로운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별다른 대책이 없는데 말만 과학방역이다. 통제 중심의 방역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사회적거리두기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했다"며 "사실상 국민들을 자율방역이라는 미명하에 각자도생하도록 한 것 아닌지,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같은당 강선우 의원도 "문재인정부, 윤석열 정부 방역의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백경란 질병청장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가 신설된 부분이 가장 큰 차이다. 구성원이 전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고 답했지만 해당 답변이 논란을 키웠다.
강 의원은 다시 "이전 정부에도 코로나19 일상회복자문위원회가 있었는데 이걸 결정적 차이로 보는 것이 맞느냐"며 "둘다 전문가한테 자문을 구하는 개념은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 청장은 "기존 위원회는 민간 위원과 정부,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포함된 개념이고 새로운 자문위는 전부가 민간 전문가로 기존 데이터를 근거로 정책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의사전달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재차 김원이 의원도 "그 답변을 국민 중 얼마나 공감할 지 의문이다. 둘다 민간 위원이 자문을 하는 정도고 이번 자문위도 자문 이외 의사결정 권한은 없다. 오히려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던 이전 위원회가 의사결정에 있어 더 합리적이다. 자문만 하고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은 똑같은데 이게 무슨 과학방역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같은당 서영석 의원도 "웬만하면 언급을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질병청장의 답변 태도나 생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장 말대로라면 국가는 의사결정에 책임이 없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따른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가 생기면 이들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전임 정은경 청장을 이순신 장군, 현재 백경란 청장을 원균에 비유하며 현재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역 정책은 이미 국민 신뢰가 바닥"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 청장은 "이분법적으로 구분이 어렵다.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사회, 경제, 정치적인 면을 고려해서 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초반엔 데이터가 부족했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를 근거로 해서 좀 더 정밀하게 방역을 펼쳐나간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 공석, 방역 예산집행 소극적 우려…의대신설 의지는 여전
70일 가까이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보니 과학방역을 집행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선우 의원은 "안 그래도 재차 코로나19 유행에 힘든 상황에 장관까지 자리가 공석인데 대통령은 휴가까지 갔다. 사령탕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방역이 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이번 정부 인사참사로 복지부 장관 후보가 2명이나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복지부는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예산집행 현안을 보니 코로나19 관련 2022년 예산이 이미 76% 집행됐다. 장관이 없으니 기재부 등과 얘기할 때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각자도생 방역으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자율방역에 따른 정부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정부가 자율방역을 강조하면서, 코로나 방역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비용과 지원을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 정부지원 생활필수품, 코로나 신속항원검사(RAT) 검사비, 비대면진료 본인부담금 등 정부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코로나 자율방역에 따른 정부 지원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의대설립 문제 국정과제에 빠진 부분도 민주당의 주요 관심사였다. 김원이 의원은 전남 지역에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의대신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 이기일 차관은 "9.4 의정합의 이후 코로나 안정기가 오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고 논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을 복지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신 의원은 "재택진료와 비대면진료까지 합치면 3000만건이 넘는다. 정부는 이중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것인 몇것인지도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다. 특히 닥터나우 플랫폼 등 의료법 위반 소지에 대해 고발조치도 하지 않는 등 명확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적인 대응이 없는 상황에서 사각지대를 이용해 플랫폼 업체들이 이를 악용하면서 의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정부가 비대면진료 업체들의 눈치보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차관은 "눈치보기가 아니고 얼마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의료계 등이 참여한 상태에서 만든 것"이라며 "환자 유인 등 오남용을 막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