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리베이트 처벌의 난맥상
리베이트 쌍벌제(2010년 11월부터 적용) 이전 제약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지만 아직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의사는 두 그룹이 있다.
A그룹에는 3200명, B그룹에는 28명(60명이라는 이야기도 있음)이 속해 있다.
두 집단의 첫 번째 공통점은 검찰이 제약사를 상대로 리베이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장부에 이름이 기재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검찰로부터 리베이트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검찰은 장부상 이들이 받은 금액이 소액이다보니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수사하지 않고, 리베이트 장부(범죄일람표)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하면서 의사면허정지처분을 요청했다.
범죄일람표를 넘겨받은 보건복지부 역시 이들을 조사하지 않고, 장부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만으로 4년여 전부터 일괄적으로 2개월 의사면허정지를 하겠다는 '처분예정서'를 발송했다.
여기까지가 이들의 공통점이다.
처분예정서를 받은 의사 중에는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기간에 해외에 머무르고 있었거나, 레지던트 2년차 때여서 제약사 직원이 700만원을 주고 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사연도 있었다.
제약사 직원의 배달사고도 부지기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이들은 모두 검찰 수사도, 복지부 조사도 받지 않은 채, 소명 기회조차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의사면허를 2개월간 정지하겠다는 예고를 받았다.
A그룹과 B그룹에 속한 의사들에게 딱히 차이점이 있지도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리베이트 수수액수에 차이가 있다거나, 수수한 시점이 다르다거나 하는 게 없다는 뜻이다.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A그룹 의사들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처분예고'만 받았고, B그룹 의사들은 '처분예고'에 이어 언제부터 언제까지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확정통지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그룹의 운명은 지난 5월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국회는 '의사면허정지처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는 '시효'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처분예고'만 한 A그룹 의사들에 대해서는 처분을 면제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면허정지 '확정통보'를 받은 B그룹 의사들을 시효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처분을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복지부는 공소시효법 시행 이전의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확정된 것은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는 의료법 부칙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시 말해 이미 행정처분 통지서를 발송했기 때문에 면허정지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그룹 의사들은 모두 분노하고 있다.
A그룹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없는데 왜 복지부 너네 맘대로 처분을 예고했다가 봐주겠다는 식의 면제통보를 하느냐"고 발끈했다.
B그룹 의사들은 이런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해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B그룹 의사 중 7명과 함께 최근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나섰다.
또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배순호 수석부회장, B그룹 의사 8명은 7일 복지부 세종청사를 방문해 강하게 항의했다.
임현택 회장은 "복지부는 어느날 갑자기 의사들을 도둑놈으로 몰아세우고, 한쪽(A그룹)에 대해서는 '네가 도둑질을 했지만 용서해 줄게' 하는 식으로 처분면제하고, 다른 한쪽에 대해서는 합리적 이유도 없이 처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이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임 회장은 "복지부도 문제지만 도대체 의사협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순호 수석부회장은 "최소한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까지만이라도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