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원 100명 규모의 전남권 의과대학 신설의 구체적인 설립 방안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빠르면 2년내에 전남권 의과대학의 구체적인 설립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남도 순천과 광양‧여수 지역에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역인재전형을 70%, 일반전형을 30% 비율로 정해 전남 동부권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특히 동부권에 산재의료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산재의료 특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27일 오후 3시 이 같은 내용으로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남에만 의사 649명 추가로 필요…동부-서부 유치 경쟁 동부로 단일화?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 움직임은 벌써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 주장으로 순천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과 목포 유치를 원하는 서부권으로 나눠져 각자 의대 설립을 강조해왔다.
이날 토론회는 '전남도 동남권 의대 설립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남도 김영록 도지사, 순천시 노관규 시장, 순천대 고영진 총장 등 지역 대표 인사들이 모두 출동해 이목이 집중됐다.
관심을 끌었던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태진 교수의 '전남권 의대 설립 타당성 연구'는 전남도의 의료취약 수준을 고려했을 때 전남에 국립 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결과로 귀결된다. 특히 쟁점이었던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의 의대 설립 입지를 비교한 결과 병상, 의사 분포, 의료 수요 등에서 순천 등 동부권이 적합하다는 게 타당성 연구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소병철 의원은 “빠르면 2년, 늦어도 3년내에 의대 유치할 수 있다는 자신 갖고 있다. 그동안 전남도 의대 유치를 위해 동부권과 서부권이 경쟁하며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오늘 토론회를 기점으로 그동안의 경쟁을 끝내고 동부권으로 유치를 단일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목포의대 유치를 주장하는 김원이 의원도 "지금까지 그렇게 전남도 의대신설을 주장해왔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정과제에서 의대 신설이 빠졌다. 지금은 동부권과 서부권이 갈등할 때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협력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공조를 약속했다.
이날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평균 2.04명으로 전남 지역은 1.69명에 불과하다. 부족한 의사 수로 환산하면 649명의 의사가 전남지역에 추가로 필요하다는 수치가 나온다.
그러나 새롭게 의사가 양성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은 상태다. 권역별 전공의 양성 규모 자체가 적고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의 전공의 양성 규모는 전체 61.3%로 인구 10만명당 8.01명이다. 이에 비해 전남권은 3.9%로 인구 10만명당으론 4.02명에 그친다.
이 교수는 "경기권에 대형 병원들이 몰려 있어 수련정원이 많고 여러 지역에 분원을 소유하고 있는 일부 의료기관은 경기권에서 인턴과 정원을 선발해 순환 근무를 시킨다"며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고자 하는 졸업생이 증가고 향후에도 지방에서 수련하고자 하는 의사와 지방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의사 수는 더욱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신규 채용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취약지역 출신 학생 선발을 일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대안으로 전남도 지역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할 수 있는 의과대학 설립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 지역보건 취약 종합점수 전국 꼴찌…연구결과 동부권 순천이 적격
이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남도민의 건강수준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전남도 지역은 지역보건 취약지역 종합점수가 56.7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전남도는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전국 17개도 중 7위로 유질환자 판정자의 비율은 2위다.
또한 의료자원별로 보면 인구천명당 의사 수는 17개 시도 중 10위, 수련의 비율은 4.7%로 17위를 기록했다. 이외 중환자실 비율은 0.9%로 16위, 응급의료기관 1개소당 응급의학 전문의 수 16위, 의료 자체충족률도 16위로 꼴찌 수준이다.
이 교수는 "전남도 지역 주민들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은 타 지역에 비해 낮다. 감염성질환, 정신질환, 근골격계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이 높다"며 "지역의 의사 확충도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수련의 양성을 통한 전문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도 중 의과대학 유치가 더 시급한 지역으론 순천시가 포함된 동부권이 꼽혔다.
이 교수는 "동부권은 광주, 서부권에 비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율이 가장 높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비율은 가장 낮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역량이 낮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상수와 인구 천명당 의사수도 동부권이 꼴찌인데 특히 동부권 입원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을 보면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의 질환, 손상, 중독 등 중증 비율이 많다. 현재의 상태론 의료사각지대 해소가 어렵다. 동부권이 의대 유치에 보다 시급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산재의료 특성화 교육할 수 있는 의대로 설립해야
이날 토론회에선 전남 동부권 의과대학 설립의 구체적인 방안도 공유됐다. 전남 동부권에서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산재의료에 특성화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의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전남도 지역의 산업단지 분포, 산재환자 수와 중증도 등을 고려할 때 여수‧광양‧순천 지역이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인력은 부족하다.
박기영 순천대 의과대학 설립 추진단장(순천대 생물학과 교수)은 "전남 순천은 응급의료권역별 중증응급환자 구성 비율이 20.5%로 가장 높은 반면 응급환자 전원율은 13.6%로 6.1%에 그치는 목포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며 순천 지역에 중증·응급 산재의료 특성화 의과대학이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진 교수도 "의대는 산재의료에 특성화된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응급, 중증, 재활 산재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부속 병원은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과 연계해 산재의료기관 3차병원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설의대의 학생 선발 규모는 과반수 이상인 70%가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는 게 박기영 단장의 견해다.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Northern ontario) 의대의 경우 학생 대부분이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으며 농어촌 근무 지원시 추가 지원이 별도로 제공돼 전공의 수려생의 94%가 지역에서 근무하고 이중에서도 33%는 격오지 근무를 자청하고 있다.
박 단장은 "의대가 신설되면 수시 74%, 정시 26% 비중으로 100명 정도의 의대생을 선발하고 이중 70%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고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천-목포대 연합캠 운용 방안 제안…전액 장학금‧지역 의무복무 필요
순천대와 목포대가 연합캠퍼스를 운용해 의과대학을 연합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예를 들어 순천대에 100명의 의예과 학생을 배정받게 됐을 때 의예과 1학년은 순천에서, 2학년은 목포에서 학습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전남의대 범희승 교수(전남 화순군립요양병원장)는 "의대 유치를 위해 순천대학과 목포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연합캠퍼스 운용할 수 있다. 의학과 1학년 기초의학 교육은 순천에서, 2-3학년 임상교육은 목포대학과 목포의료원에서 받고 4학년 교육은 순천대학과 순천의료원에서 받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범 교수는 "양 대학이 양해해 연합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때는 각각 의예과와 의학과를 운영하되 전략적으로 학과목을 분배해 교수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도 유현호 보건복지국장은 "일차의료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획일적인 양성체계가 아닌 취약지역 특화 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취약지역 출신 인재 선발, 전액 장학금 지급, 지역사회 기반 교육·임상,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무복무 등 운영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