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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소아응급의료지원 요청, 전공의 나가서야 들어준 정부…"골든타임 놓쳤다"

    과거 소아응급실 전담 전문의 보조금 개선 요구했으나 무시…"전공의 이탈로 후대 없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

    기사입력시간 2024-10-25 13:27
    최종업데이트 2024-10-25 13:27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부회장인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이후 수면 위로 올라온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응급의료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응급의료는 이미 골든타임을 넘어 사실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부회장인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23일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2024년도 정책 워크숍에서 소아응급의료의 현실을 전했다.

    류 교수는 "2021년 소아응급의학회가 소아응급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에 소아응급실에 배후진료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크니 전담 전문의 인력을 최소 7명에서 최대 12명까지 충분히 뽑을 수 있도록 외상센터 수준의 인력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에는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을 6명, 5억원으로 제한을 뒀는데 이러한 제한 없이 채용하는 전문의 인당 1억440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가 소아 응급의료 골든타임의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만약 복지부가 당시에 이 요청을 들어줬다면 펠로우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후배들을 채용할 수 있었고, 응급실 분위기가 지금처럼 안 좋지는 않아서 분위기가 많이 개선될 수 있었다"라며 "오늘날 의료대란 사태에 이르러서야 복지부 장‧차관이 관심을 갖고 바로바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복지부가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소아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절반 이상을 보고 있고,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는 약 10% 정도만 보고 있다. 배후진료 인력이 무너지면서 야간에는 권역이나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담당하는 대학병원에서 소아 환자 수용이 안 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마저도 배후 진료가 안 된다는 명목으로 수용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아응급의학회는 일찍이 소아응급의료 로드맵을 통해 24시간 소아 응급 진료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금, 수가 개선 등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장기적으로는 중앙 관리 부서를 만들어 최종 치료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지원하고, 병원 간 소아 전원 조정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학회가 실시한 연구의 최종 보고회가 올해 2월 6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발표 이틀 전인 2월 4일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하면서 현재 관련 연구는 중단된 상태다.

    류 교수는 "소아응급의료는 계륵보다 못한 존재다. 소아응급은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모두 부담되는 분야로 기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소아 응급이 계륵보다 못하게 된 근본 원인은 극심한 저수가와 높은 업무 강도, 인력 부족 등 때문이다. 전공의 이탈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24시간 365일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년 후면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될 것이고, 전공의 지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더 이상 없을 것이기에 현재의 소아응급의료 문제는 고착화되고 사실상 비가역화됐다"며 "현재의 인력으로 소아응급의료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버티려면 의료기관 간 순환당직이나 AI 상담 전환 등 다양한 생각도 해보지만, 현재 업무량도 많은데 이런 대안이 오히려 부담을 늘리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올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10곳 중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운영을 중단하게 되는 등 소아응급의료의 어려움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정부는 이제야 소아응급실 전담인력에 제한 없이 1인당 1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류 교수는 "3년 전에 요청했던 정책을 이제야 실시한 것이다. 3년만만 빨리 했더라도 희망이 있었을 텐데, 골든타임이 지나고 난 시점에서 효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계속해서 어려워지는 것은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 최근 사태로 배후진료 인력 부족이 더욱 악화된 점, 중증 응급환자 분류 이송 시스템이 없어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라며 "무엇보다 응급실 뺑뻉이를 없애려면 최초 환자를 수용한 병원에 모든 책임을 면해준다는 면책 조항이 있어야 응급실이 환자를 받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결국 사법리스크를 낮춰주고 보상을 현실적으로 하면 되지만, 이제는 그런 지원이 있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선을 완전히 넘어버린 것 같아 매우 걱정이다"라며 "재정 지원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사법 리스크 완화와 전문성 인정이 돼야 배후 진료인력과 후대를 양성할 수 있기에 하루 빨리 정부가 결단을 내려 의료계와 공동의 노력을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