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경증 질환에 대해선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초진, 중증 질환에 대해선 대학병원까지 포함한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국민의힘 박수영·백종헌 의원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주최로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전날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신속 추진 입장이 나온 직후임을 반영하듯 다소 상기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여당 의원들도 참석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힘을 실었다.
비대면 진료업계 "초진 가능 여부 질환따라 구분...복지부 차원의 플랫폼 인증제 동의"
업계를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원산협 장지호 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초진 가능 여부를 질환에 따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제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디테일한 정책 설계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며 “기존에 비대면 진료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경증 위주이기 때문에 초진과 1차의료기관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암환자나 중증 이상의 환자들은 이미 대학병원 방문해서 진료받고 수술까지 한 경우가 많은 만큼 재진 위주로 정책이 구분돼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적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업계와 제휴 의료기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회장은 “비대면 진료로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에 대한 제한이 나왔을 때도 업계는 환영하는 입장이었다”며 “제휴 의료기관들도 회색지대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 대상의 가이드라인도 정책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업체에 대해선 결국 복지부가 관리하는 형태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 기업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부재한 상태인데, 산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인증을 하거나 허가하는 제도가 생기는 게 올바른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비대면 진료는 결국 의료계가 주도해야 한다. 의료계가 앞장서고, 정부가 인증제 등으로 관리하면 산업계는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제도가 하루 빨리 도입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남종 병원장 "초진 허용하되 지역 제한...대학병원도 풀어줘야"
분당서울대병원 백남종 병원장도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지역적인 제한은 필요하다고 봤다.
백 병원장은 “초진을 제한하면 부모들이 아이가 아플 때 잠깐 잠깐 물어보는 원 포인트 진료를 할 수 없게 되고, 환자가 다니던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하지 않을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초진 허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다만 일단 지역적으로는 국한할 필요가 있다.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가 같은 지역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 제공 기관으로는 대학병원을 포함하고, 대상 질환은 네거티브 형태로 규제하자고 제안했다. 플랫폼 인증제에 대해선 의협이 아닌 제3의 기관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백 병원장은 “미래의학의 관점에서 대학병원도 (비대면 진료를) 열어줘야 한다”며 “대학병원은 초진을 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재진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지금처럼 의뢰서가 있어야 대학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차의료기관은 고혈압과 당뇨환자 중심이지만 그 외에 것들 중에 대학병원들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대상 질환은 네거티브 규제로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후 필요한 질환들이 생기면 그 때마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백 병원장은 “플랫폼 인증제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대한의사협회가 인증을 하겠단 주장도 있다”며 “의협도 좋지만 객관성을 띄기 어렵단 점에서, 한국보건의료정보원 같은 제3의 기관들이 인증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제도화 과정서 소비자 소외 주장도...복지부 "일차의료기관과 의료사각지대 중심 추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선 제도화 과정에서 환자·소비자들의 목소리도 담아달라는 얘기가 나왔다.
소비자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컨슈머워치 곽은경 사무총장은 특정 질환, 특정 지역의 환자만이 아닌 전 국민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곽 사무총장은 “의사 약사 산업계 얘기는 다 듣는데 전국민이 환자이고 전국민이 소비자인데 환자와 국민들 입장을 대변할 목소리는 없다”며 “향후 국민들 목소리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도 다수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데, 일부 질환이나 특정 상황에만 허용하겠단 내용이 주를 이룬다”며 “이런 법안들은 통과돼도 전국민이 비대면 진료 사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반드시 전국민에게 보편적 서비스로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주요 논리는 오진 가능성”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경증 환자들이나 만성질환자들이 받고 있어 오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의료진의 의료수준 굉장히 높다고 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고등학생들이 의대로 가는데 그 정도로 우수한 인력들이 의대에 쏠려 있기 때문에 오진 가능성은 의료진의 실력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했다.
복지부는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료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우선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관심이 큰 수가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장태영 서기관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기본적으론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추진하는 게 현재로선 타당하다고 보고 있지만, 병원급 등 그 외 의료기관도 배제하고 있진 않다. 다각적으로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장점은 의료접근성 제고다. 도서산간 환자, 감염병 환자, 상시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 등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장 서기관은 또 “수가 부분은 많은 의료계 관심 사안이자 제도 활성화 위한 중요한 요소”라며 “수가는 전체 건보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비대면 진료 하나만 갖고 결정하긴 어렵다. 진료 시간이나 난이도 등 부가적인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다른 행위나 제도 등과 연계성을 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의료법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하단 게 가장 큰 난제이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조만간 협의체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이 내용들을 검토하는 자리를 가지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