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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일원화의 단계적 추진

    “의료일원화 중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 통합”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9-02-21 06:28
    최종업데이트 2019-02-21 06:28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의료이원화의 실태와 문제점
     
    일제시대에 전통 한의로 격하돼 있던 한의사제도가 해방 후에 공식적으로 한의사 면허제도로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의료이원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형식은 다르지만 이미 의료일원화를 이뤘고 북한과 대만, 베트남에 의료이원화적인 요소는 남아 있으나 우리나라의 의료이원화 만큼 강력한 갈등관계는 아니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의료이원화 국가라고 할 만하다.

    의료이원화의 문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상호 배타적인 의료제도로 인한 환자들의 혼란과 이중으로 의료비를 부담함으로서 생기는 국민의료비의 증가가 있고 중병의 경우 적절한 치료시기를 상실하는 경우도 생기게 됐다.

    최근에는 한의학의 입지가 점점 좁아짐으로 인해 의료계 영역을 침범하려는 한의사와 의사간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그 외에도 의약분업이나 주치의제도 등의 의료제도 개편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이원화는 항상 뒷문이 열린 형태로 의료 제도의 시행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의료일원화 진행 과정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인식해 의료일원화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다. 최근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가 ‘의료일원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특별위원회에 제안한 의료일원화 추진안은 다음과 같다.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두 면허를 통합하되 기존 면허자는 현 면허제도를 유지한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5년까지 의료일원화를 완수한다.
    의료일원화가 공동선언 되는 순간 한의과 대학 신입생 모집은 중지하고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 통합작업에 착수한다. 의료일원화가 완료될 때까지 의사와 한의사는 상호 업무 영역 침범을 하지 않는다.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의료이원화제도 부활은 일절 논의하지 않는다.'

    ‘희망하는 한의과 대학생은 의과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 의대 교육과정에 한의학 강의를 개설하고, 현 한의대 교수는 의대교수로 채용한다.
    한의사로서 역할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현직 한의사와 한의대생은 그 자격을 인정하되 이들이 자연 소멸되는 순간 의료법상 의료인 범주에서 한의사를 삭제한다.‘

    2018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 의협, 대한한의사협회가 참여한 의-한-정 협의체 제7차 회의에서도 "오는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를 하며, 사전에 면허통합과정을 거친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일원화 과정 제안
     
    의료일원화 과정은 교육통합과 면허통합으로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갈등이 생기는 부분은 주로 면허통합 관련인데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루면 의견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고 의료일원화 과정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서 합의하기 쉬운 의대-한의대 교육 통합을 먼저 이뤄야 한다. 일부 의사들은 의료일원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며 한의사제도가 소멸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원하기만 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17년 기준 의사는 10만241명, 한의사 2만389명이고 의대 졸업생 수는 약 3200명 한의대 졸업생 수 720명 정도이다.  2만명이나 되는 한의사가 저절로 없어질 수도 없고 매년 숫자가 늘어나게 돼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일원화는 더욱 힘든 일이 되고 만다. 

    교육 통합을 먼저 이루면 그 다음 과정은 시간을 두고 논의하더라도 한의사가 차츰 줄어드는 만큼 해결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40~50년 후에는 한의사제도가 자연 소멸하게 돼 의료일원화를 이룰 수 있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대 정원을 한의대 정원만큼 늘린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의사를 포함한 의사 숫자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의대 졸업생 숫자도 OECD 평균에 조금 적다. 통합 의대의 정원은 한의대 졸업생 숫자를 더한 것보다 적은 범위에서 조정하면 된다.
     
    교육 통합은 기존의 개원 한의사에게도 불리한 것이 아니다. 한의사의 업무 영역이 점점 좁아져서 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이상 한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한방 수요가 일시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므로 기존 한의사는 은퇴할 때까지 한의사 일을 계속할 수도 있고, 새로 논의되는 면허통합 과정에 따라 통합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도 있다. 
     
    아마도 젊은 한의사라면 후자를 택할 수도 있을 것이고 50대 이후의 한의사라면 기존의 일을 지속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교육 통합은 한의대 재학생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한의대 재학생이 원하면 의대로 편입해 통합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하면 되고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길 원하면 그렇게 하도록 하면 된다. 

    한의대 교수의 입지가 약간 불리해질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 이들에 대한 신분 보장만 해 준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한의대 교수가 500여명 되는데 통합의대 교수로 전환해 통합의학 교육을 하거나 전문의 과정처럼 한의학교실을 만들어 통합의대 졸업생 교육을 할 수도 있고 한방의 과학화를 위한 연구를 할 수도 있다.  

    명예퇴직을 원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국가적으로 특별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500명에 대한 지원으로 12만명에 이르는 의사-한의사 통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교육 통합이 이뤄지고 나면 그 다음 순서로 기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문제를 논의해 나가면 된다.   

    하지만 앞에서 밝혔다시피 이 경우엔 성급하게 접근하지 않더라도 합의될 때 까지는 상호 업무 영역을 침범해 나가지 않도록 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문제를 해결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교육 통합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의료일원화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교육 통합이다. 20~3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