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가 의대를 자진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어느 대학이 서남의대 49명 입학정원을 가져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의대 신설을 공식화한 대학이 4~5개에 달하고, 여야 중진들이 총선 공약으로 밀고 있는데다 국립보건의대 신설 이슈까지 있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홍하 측이 주도하고 있는 서남대 구재단은 최근 교육부에 ▲한려대 자진 폐교 ▲서남의대 폐과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서남대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고 교육부가 7일 공식 확인했다.
한려대 자산을 매각해 이홍하 씨가 횡령한 교비 330억원을 보존하고, 서남의대 부속 남광병원, 서남대병원 등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도 팔아 서남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홍하 씨는 2013년 교비 등 약 9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이 확정된 상태이며, 서남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아 정부 재정 지원과 장학금·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홍하 씨는 이런 정상화방안 카드를 통해 서남학원 재장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49명 정원을 가져갈 것인가
서남의대가 폐과되면 재학생 보호대책과 의대 입학정원 49명을 어느 대학이 유치하느냐가 쟁점으로 남는다.
교육부는 2018년 서남의대가 폐과되더라도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도록 한 후 재학생들은 전남, 전북의 의대로 편입시키게 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2013년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 대학 또는 학과 폐지로 인한 학생 특별 편입학생을 정원외 학생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서남대 정상화방안을 교육부가 수용하면 상당수 대학들이 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대 유치를 선언한 대학만도 순천대, 창원대, 목포대, 공주대 등 4곳에 이른다.
주목할 대목은 정치권이 깊숙히 개입해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국립보건의대를 순천대에 설립하겠다고 공약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목포대 의대 유치를 추진중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대대표 역시 국립 공주대에 의대를 유치하겠다고 20대 총선에서 공약했다.
창원대도 이미 수년 전부터 의대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여서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이에 따라 내년 교육부가 서남의대 정원을 회수하고, 새로운 주인찾기에 나설 경우 의대 유치전쟁이 정치권으로 확산될 소지가 다분하다.
정치권이 의사 공급 확대 여론을 등에 업고, 의대 추가 신설(1+∝)이라는 타협점을 모색한다면 의료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