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 삭센다(Saxenda, 성분명 리라글루티드 3.0㎎)는 국내 출시 이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아시아 인구에서 그 임상적 효과가 연구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인에 대한 삭센다의 리얼월드 데이터가 처음으로 논문으로 발표돼 관심을 모은다.
서울행복내과 이창현 원장, 서울의대 최형진 교수, 서울의대 본1 박준석 학생, 서울행복내과 권지은 원장 연구팀은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삭센다의 체중 감소에 대한 임상적 효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단일 클리닉에서 삭센다로 치료받은 비만 환자(BMI>27㎏/㎡)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체중과 체질량지수(BMI), 당화혈색소(HbA1c) 등 임상 데이터는 삭센다 치료 전에 수집됐다. 30일과 60일, 90일, 180일 이내 재처방일에 체중과 체성분 변화 및 임상 변수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총 169명이 연구됐으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41.5세, 42%가 남성이었다. 평균 체중은 85.2㎏, 평균 BMI는 30.8㎏/㎡였다.
추적 기간 동안 대상자들의 체중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체중 감소는 치료 시간이 길수록 증가했다(P<0.001). 평균 체중 감소는 치료 시작 후 30일에 3.8%(n=67), 60일에 5.3%(n=111), 90일에 7.5%(n=53), 180일에 9.1%(n=51)였다.
이번 연구에서 5% 이상 체중이 감소한 환자 비율은 62.1%, 10% 이상 감소한 환자는 17.2%였다. 무작위대조시험(RCT)과 스페인 리얼월드 연구, 캐나다 리얼월드 연구에서 체중 감소가 5% 이상인 환자 비율은 각각 63.2%, 64.7%, 64.1%였고, 10% 이상 달성한 환자는 각각 33.1%, 20.0%, 34.5%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한국인 리얼월드 인구집단에서도 체중 감소가 분명했으며, 이는 임상시험 설정 및 실제 서양인 데이터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연구에서 평균 BMI는 30.8㎏/㎡로, 평균 BMI가 38㎏/㎡ 이상인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이전의 연구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BMI가 27 이상 30 미만, 30 이상 33미만, 33 이상인 사람들에서 통계적으로 유사한 체중 감소(각각 6.7%, 6.2%, 6.4%)를 달성했음을 발견했다"면서 "따라서 이 연구는 아시아인이 낮은 BMI 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체중 감소가 여전히 분명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체성분 분석 결과 골격근 체중 감소는 –3.56±29.7 %로, 지방 체중 감소 –11.06±10.4%보다 유의하게 작았다(P=0.03).
체중 감소는 연령과 성별, 베이스라인 BMI, 베이스라인 당화혈색소, 흡연 상태, 음주, 커피 섭취와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삭센다를 통한 체중 감량 예측인자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인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삭센다의 효과는 신체적 또는 행동적 요인의 차이에 관계없이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삭센다 치료 비용이 높기 때문에 리얼월드 환경에서 삭센다 효과에 대한 조기 예측 인자가 필요하다. 첫 번째 처방 후 30일 및 60일 이내 재처방일의 체중 감소와 같은 조기 반응 지표는 우리 연구에서 180일 체중 감소를 예측하는데 중요하지 않았다"며 "조기 예측 요인을 찾기 위한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삭센다 치료는 한국 환자에서 의미있는 체중 감소를 가져왔다. 치료 중 체지방 감소가 두드려졌는데, 이는 긍정적인 대사 효과를 의미할 수 있다. 또한 치료 기간이 길수록 더 큰 임상 효과를 나타냈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는 "임상시험 환경에서 관찰됐던 약 효능과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는 약 효능은 현실적인 이유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리얼월드근거(RWE)가 진료 현장에서 적용하는데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서양인과 체형과 대사 형질이 다른 아시아인에서 리얼월드 임상결과를 발표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1차 의료기관에서 170명 가량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실제 삭센다를 사용하는 개원의들에게 동질감이 높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삭센다로 치료하면 체중이 준다는 것은 잘 알지만, 쾌락적 폭식이나 간식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종류의 식욕억제가 큰 것인지, 실제로 기초 대사량을 바꾸는 것인지 등 어떻게 살이 빠지는 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지금은 체중이 빠진다는 것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특정 섭식장애 문제 등이 있는 사람에 잘 맞을 수도 있다"면서 "개인 맞춤 치료를 위한 치료 기전과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연구가 이뤄진다면 삭센다로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환자 선별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