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 요구가 증가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투자금 확보, 글로벌 기술이전(기술수출)을 위해 ESG 경영 텃밭 마련에 한창이다.
그러나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보령(구 보령제약) 등 7개 기관과 유착 관계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종로세무서를 압수수색했다.
국수본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과 수사관 10여명이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부터 종로세무서 압수수색을 시작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국수본은 전직 종로세무서장 2명이 보령제약 등 7개 제약기업들과 고문 계약을 맺고, 회사를 도와주는 대가로 금품을 약속받은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수본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위반 혐의가 있는 전직 서장 2명과 관련 업체 관계자 10여명을 수사해왔다.
국수본 관계자는 "세무서장 퇴임 후 업체들과 고문 계약을 체결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직일 때 체결하면 김영란법 위반"이라며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른 시일 내 관련자들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국세청 국정감사를 통해 국세청 산하 세무서 세정협의회와 관련한 비리를 밝혀냈다. 김 의원은 국감장에서 보령제약이 세정협의회 고문료 지급하고, 보령제약 대표가 종로세무서장과 샴페인 만남을 가진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업체 대표와 관할 세무서장이 세정협의회를 이유로 친목을 다진 것은 옳지 않다"며 "1971년 출범 이후 민관 유착 의혹과 전관예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세정협의회를 50년만에 폐지시키겠다는 약속을 국세청장으로부터 받은 만큼, 앞으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당시 보령제약 관계자는 "통상적인 행사일 뿐 부적절한 일은 없었다"고 강하게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보령이 올해 초 김정균 사장 취임으로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이후 ESG를 강조해온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전략을 실행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 요소로, 신용평가등급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채권, 대출시장에서도 낮은 금리 등의 혜택을 받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신의성실 의지를 반영하려는 취지로 투자사에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제약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자사가 실천 중인 ESG 경영을 기술수출 등 상대 제약바이오기업들에도 요구하고 있다.
보령 역시 올해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만든 ESG 전담파트를 ESG팀으로 승격시켰고, ESG 교육 콘텐츠를 마련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지난해말에는 부패 방지 경영과 관련한 활동내역·효과·적합성 여부 등을 점검하는 ISO37001 인증을 갱신했다. ISO37001은 최초 인증 후 매년 사후심사를 통해 3년마다 심사를 통해 갱신된다.
이외에도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 운영,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수어오디오북(BR Reader) 제작, 의료계 발전을 위한 보령의료봉사상·보령암학술상 시상 등 다양한 ESG 활동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기술수출, 파트너십 체결 등의 확대에 따라 보령에서도 많은 노력을 일궈왔으나,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이 다시 한 번 도마위에 오르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할지 제약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