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한해 환자가 의사와 전화 상담이나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자, 개원가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도 중요하지만 '대면진료'라는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잘못된 조치라는 견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와 상의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우리나라는 대면진료 원칙의 의료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며 "코로나19의 확산방지도 중요하지만 전화 상담과 처방은 실효성이 없을 뿐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도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대한여자의사회장)도 "정부가 단서로 달은 안전성이 확보된 환자라는 기준이 애매하다. 오늘부터 전화로 처방전을 내놓으라는 환자의 전화가 빗발칠까 두렵다"고 전했다.
해당 조치가 1차의료기관의 현실을 무시한 채, 논의없이 진행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서울에서 개원 중인 의사 A씨는 "안그래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원가에서 환자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며 "세부적인 지침없이 갑자기 전화처방을 허용한다고 하면 1차의료기관들의 혼란이 커진다. 정부는 보건정책을 내놓기 전에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지적했다.
조문숙 노원구의사회 회장은 "당장 오는 28일부터 대리처방 요건도 강화되는 판국에 전화 처방 허용은 무슨 코미디인가"라고 반문하며 "원격진료도 허용되지 않는데, 원격진료보다도 부실하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도 명확히지 못한 이번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조치가 의협과 상의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지만 당장 입장을 내긴 어렵다고 평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이번 조치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의협에서 곧바로 입장을 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박능후 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가벼운 감기 증상을 가진 환자는 동네의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의사의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박능후 장관 "가벼운 감기 증상, 한시적 전화 상담·처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