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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급종병, 소청과·산부인과 상시입원 안 되면 '지정취소'…"필수의료 구석에 모는 꼴"

    복지부 제5기 상급종병 지정계획 발표…인력·수가 개선 없이 입원진료 강제화에 소청과의사회·산부인과의사회 반발

    기사입력시간 2023-06-21 14:38
    최종업데이트 2023-06-21 14:3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내년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는 병원들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진료과목의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상급종병 지정 취소까지도 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상급종병이 소청과와 산부인과 입원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어려운 근본 현실은 외면한 채 입원환자 진료를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병원들은 물론 당사자 필수의료과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전날(20일) '제5기 상급종합병원(2024~2026년) 지정 계획 설명회'에서 공개한 새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제5기 상급종병 지정기준 중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부분으로, 5기로 지정된 병원들은 2024년 1월 진료부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복지부는 지정된 병원이 상시 입원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지 평가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입원진료 실적이 있는지를 평가해 준수사항 위반 시 시정명령 및 지정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이 소청과 입원진료 중단을 선언하고 일부 대학병원들이 산부인과 진료를 포기하려는 분위기 속에 정부가 대학병원이 소청과와 산부인과 진료를 유지하도록 강제화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복지부는 지난 30년간 필수의료과에 대한 지원보다는 채찍만을 해서 오늘날 이렇게 필수의료가 철저히 망한 것이다"라며 "그런데 복지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대비 5%p 많은 종별 가산 수가를 적용받는다. 상급종병이 지정 취소돼 종별 가산을 못 받게 되면 기존 30%에서 5%p가 깎이는 것"이라며 "현재도 필수의료 진료는 이익이 많이 남는 게 아니고, 근근이 진료과를 유지하는데 그것마저 깎으면 죽으라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뜩이나 소청과는 수가가 낮아서 대학병원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경영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인 소청과 입원병상을 상시 유지하고 강화하겠지만 그럴수록 해당 과목의 의사들이 더 미워질 것이다"라며 "결국 이 정책은 소청과 교수들이 상급종병 눈치를 보다가 나가라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역시 산부인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고용 안정과 인력 수급 증가가 주안점이 돼야 하는데, 이번 정부의 상급종병에 대한 정책은 필수의료 과에 대한 지원보다는 강제성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산부인과 입원환자를 보고 싶게끔 수가 체계 개선 등을 하지는 않은 채 무조건 산부인과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상시 갖추라고 하는 것은 병원에게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최근 상급종합병원 중 산부인과를 폐쇄하려는 경향이 있는 병원이 많다. 국립병원은 의사 월급제가 총액제한제로 돼 있어 의사 인력 고용 자체가 증가하기 어렵다. 그나마 민간병원은 좀 더 나은 상황인데, 고용을 촉진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산부인과는 진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그러한 수익 구조에 대한 개선은 없이 강제화 수단만을 작동하면 병원들의 부담만 커진다"고 반발했다.

    또 산부인과, 소청과 입원환자군은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으로 분류돼, 정부가 상급종병에 중증진료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정책과 상충하는 문제도 있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는 의학적으로 중증환자임에도 상급종병에서 경증이다. 소청과는 미숙아만 중증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경증환자인 소청과와 산부인과 환자를 보면 볼수록 병원은 불리하다"며 "경영자 입장에서 중증도 낮은 산부인과 환자는 최대한 안 받는 것이 낫다. 산부인과에 투자할 동기 부여가 없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2차 병원에서 상급종병으로 전원을 가는 산부인과 환자는 과다출혈과 미숙아인 경우지만 미숙아를 제외한 산부인과 환자는 중증환자가 아니라 제대로 가산을 못 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중증도 가산에서 산부인과와 소청과에 대한 중증도 평가를 다시 해 모든 중증질환에 대한 가산이 필요하다. 2차 병원에서 전원 온 환자는 중증환자로 보고 상급종병이 그렇게 전원 온 환자를 받았을 때 불리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 부분만 시정돼도 산부인과 응급환자의 사망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