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험사로부터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통해 환자들이 실손보험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보험 사기'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은 외과의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재판 과정에서 진료감정의는 실제로 해당 의사의 '갑상샘 결절 제거시술'이 다소 불필요한 진료였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환자의 주관적 사정에 따라 시술을 시행했다고 해서 보험사에 대해 불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8일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들과 실손의료비 보장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한 A 보험회사가 의원을 운영하는 외과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 2억 7000만원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 판결에 이어 청구를 기각했다.
A보험회사의 피보험자인 환자들은 B씨가 운영하는 의원에서 갑상선의 종양 내부에 바늘을 삽입한 후 고주파를 발사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방법으로 갑상샘 결절을 제거하는 고주파절제술을 받고 진료비를 B씨 의원에 지불한 다음, A보험회사로부터 실손의료비 상당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대해 A보험회사는 B씨가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피보험자인 환자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시술을 행하고 입원치료까지 받게 함으로써 A보험회사로부터 실손보험비를 받을 수 있도록 유인 내지 방조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특히 A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인 환자의 주소지가 서울과 경기도, 광주광역시, 충청남도 등 다양한데 이들이 대학병원도 아닌 B씨 의원에 내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 피보험자들은 모두 갑상선 결절의 크기가 1.5cm 미만이었고 초음파상 확인되는 결절의 위치나 크기에 비춰 고주파절제술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입원치료도 불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보험사 측은 B씨가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수술을 통한 치료 필요성이 없는 피보험자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시술을 행하고 입원치료까지 받게 함으로써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비를 받을 수 있도록 유인 내지 방조한 불법행위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피보험자의 진료기록을 살펴본 의료감정원 소속 감정의는 “모든 갑상선 결절은 1.5cm 미만”이라고 평가하며, 갑상선 결절의 크기가 압박 증상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 증상이 없는 결절의 크기는 2.2cm(표준편차 1.2cm)를 소개하면서 그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감정의는 피보험자들의 갑상선 초음파 영상 결과를 기반으로 ‘증상을 나타낼 만한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증, 이물감, 잔기침 등의 증상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피보험자 모두 문진표를 작성하며 갑상선 결절과 관련된 증상 다수 항목에 표시한 점과 피보험자 중 일부는 갑상선암을 앓는 가족이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주관적 사정이 해당 피보험자들이 이 사건 시술을 받기로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감정의가 "초음파상 확인되는 결절들은 위치나 크기를 보건대 고주파절제술의 대상은 아니며 의학적 필요가 없다"며 "6시간 이상의 일률적 입원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음에도 오히려 피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결절의 크기나 위치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환자인 이 사건 피보험자들이 호소하는 주관적 증상 또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했다고 해서 불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피보험자들이 피고 운영 의원에 방문해 이 사건 시술을 받기로 결정할 때, 이 사건 피보험자들이 국민건강보험 외에 원고와 사보험(실비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는지 여부를 피고가 사전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원고 패 판결을 내렸다.